
배우 이진욱의 눈빛은 캐릭터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인물의 내면을 설득한다. 첫 변호사 역할도 완벽하게 완성했다.
이진욱은 지난 7일 종영한 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JTBC)에서 냉철하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대형 로펌 율립의 파트너 변호사 윤석훈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이진욱은 10일 “법조인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주변에서 왠지 했던 것 같은데 처음이 맞느냐고 하더라. 그간 감정이 짙고 비장한 인물을 맡다가 오랜만에 평범한 역을 맡아 좋았다. 어릴 때 적성 검사를 하면 1적성이 변호사였는데, 드라마에서 만나니까 마음이 편했다”고 웃었다.
에스콰이어는 신입 변호사인 강효민(정채연 분)이 윤석훈을 통해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진욱이 연기한 윤석훈은 일밖에 모르는 냉정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자기 사람에게는 깊은 내면까지 보듬는 따뜻한 면모를 지녔다. 강효민과 함께 소송을 해결해 나가며 사랑에 대한 가치와 상처를 되돌아보고, 과거 임신 사실을 숨긴 채 혼자 낙태를 결정한 전 부인에 대한 상처를 극복해간다.

이진욱은 프로페셔널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용어의 긴 대사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며 윤석훈에 동화됐다.
이진욱은 “변호사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한다. 생소한 단어에 완벽한 조사를 쓰면서 외우는 게 처음에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어려웠다. 보통 다른 작품에선 글자 하나 틀려도 의미 전달이 잘 되면 넘어갈 수 있는데, 윤석훈을 연기할 땐 토씨 하나 틀리면 의미가 달라져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계속 촬영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후반엔 편하게 촬영했다. 오히려 대사 NG보다 웃겨서 NG를 많이 냈다. 한번 터지면 멈추질 못해서 웃음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극에선 진지한 변호사였지만 실제 이진욱은 정반대다. 후배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날카로운 조언을 하는 윤석훈과 달리 이진욱은 칭찬봇이다.
극 중 변호사 후배이자 현실에서 같은 소속사 후배인 정채연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워낙 친하고 잘 알던 사이라 자연스럽게 잘 맞았다. 같은 식구라 애정하는 마음이 있었고, 첫 대본 리딩 때 목소리 톤도 좋고, 인물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촬영이 시작되니 도와줄 것이 없었다”며 “오래 연기해오면서 느낀 건 현장이 편해야 된다는 거다. (동료 배우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는 그의 얼굴엔 늘 여유가 있다. 하지만 그 속엔 여전히 긴장과 고민이 공존한다.
그는 “원래 작품 할 때 과감히 도전하는 편인데, 요즘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생겼다. 어릴 때는 못해도 배우고 성장하면 되는데, 지금은 잘 해야 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며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그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공포가 있다는 건 변화를 통해 살아남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갖고 있다. 그는 “비극적인 이야기나 느와르 속 인물 또는 이중 스파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영화 무간도나 신세계 같은 작품은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꿈꾸는 장르다. 이제 할 수 있는,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한다.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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