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은 관중 수를 보유한 종목은 프로야구다. 지난 5일 누적 관중 1090만1173명으로 지난 시즌의 1088만7705명을 넘어섰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넘어서며 올해는 12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 대중성에 힘입어 스포츠 예능 소재로도 가장 인기다. 연예계 야구 덕후들이 출연하는 찐팬구역, 10개 구단 팬이나 관계자들이 출연해 토론을 벌이는 야구대표자를 비롯해 야구장에서 관중과 소통하는 예능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중 인기도, 논란도 가장 많은 프로그램은 최강야구와 불꽃야구다. 2022년 출발한 최강야구는 ‘프로야구팀에 대적할만한 11번째 구단을 결성한다’는 콘셉트로 출발한 야구 리얼리티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의 출연만으로 주목받았고, 부족한 포지션은 전국을 돌며 직접 스카우트해 경기를 펼쳤다. 영입과 방출, 프로 못지않은 경쟁 구도로 긴장감을 실었다.

◆최강야구 제작비 갈등
순항 중이던 최강야구에 제동이 걸렸다. 올 초 시즌4를 앞두고 JTBC와 장시원 PD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 2월 시즌3을 마친 후 JTBC는 재정비를 위해 트라이아웃(선수 선발을 위한 테스트)을 취소한다는 입장을 냈고, 장 PD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혀 불화설이 제기됐다.
실제로 양측은 제작비 갈등으로 의견차가 컸다. JTBC는 장 PD가 이끄는 스튜디오C1이 제작비 수십억원을 과다 청구했고, 증빙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제작진 교체를 선언했다. JTBC는 “비용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C1은 더이상 최강야구 제작에 관여할 수 없으며 독자적으로 시즌4를 제작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장시원 PD의 입장은 달랐다. 장 PD는 “근거도 없이 제작비 과다 청구 의혹을 제기했다. 출연진과 저작권, 촬영·편집 노하우 등 지적재산권 등을 강탈하기 위한 계획된 움직임”이라고 맞섰다.
쟁점은 회당 제작비였다. JTBC는 회당 제작비를 1회 경기 촬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한 경기를 2회분으로 나누어 제작해도 1회분의 제작비가 지급돼야한다는 것이다. C1은 2회분의 제작비를 요구했고 JTBC는 이를 두고 중복 청구라고 판단했다.
C1은 JTBC가 한 경기를 두 편으로 방영하면 편당 광고 수익이 두 배로 발생하는 데, 경기별 제작비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JTBC는 프로그램의 직관 수익·매출에 관해 수익 배분을 하고 있지 않고, 시즌3의 수익 규모 정보도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등 “말 바꾸기를 통한 외주제작사 착취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또 계약상 제작비 사후 청구 조건이 아니므로 JTBC가 주장하는 제작비 과다 청구는 구조적으로 불가하며 저작권 또한 시즌3 촬영물에 한정된다는 주장도 더했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JTBC는 3월31일 C1 편집실 서버를 끊고 4월부터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최강야구의 저작재산권 침해 행위에 따른 조치다. 고소에는 저작권·상표법 위반, 업무상 배임, 전자기록 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를 포함했다.
장 PD는 “최강야구 아이디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면 그 저작권은 창작자인 C1에 있다. JTBC의 행동은 채널의 갑질 차원을 넘어 팬과 시청자가 콘텐츠를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강야구에 이종범 합류…시청자는 무슨 죄
이후 JTBC는 최강야구 시즌4 제작을 시작함과 동시에 장시원 PD는 빠르게 유사 프로그램인 불꽃야구 제작에 착수했다. 김성근 감독을 필두로 박용택, 송승준, 이택근 등 최강야구의 주축들을 그대로 옮겨와 불꽃파이터즈를 꾸렸다. JTBC는 “아류 콘텐츠의 불법 제작”을 주장하며 제작 강행 중단을 요청했지만, C1은 보란 듯 경기를 재개해 유튜브를 통해 송출했다.
불꽃야구의 유튜브 송출 강행은 ‘삭제 엔딩’을 맞았다. 5월 공개된 1화가 저작권 침해 신고로 인해 공개 중단됐고 줄줄이 같은 결말을 맞았다. 그런데 두 번째 직관 경기부터 SBS 플러스가 생중계에 뛰어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좁혀지지 않는 갈등 속에 방송계와 야구계를 모조리 뒤흔든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6월 전해진 KT 위즈 이종범 전 코치의 최강야구 감독 합류 소식이다. 시즌 중 예능 출연을 위해 팀을 떠난다는 비판이 컸지만 이 전 코치는 “은퇴한 후배들에게 ‘최강야구를 이끌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욕먹을 각오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이종범 감독이 이끄는 최강야구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불꽃야구의 시청률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최강야구는 최강 몬스터즈에서 새 시즌 브레이커스로 팀명을 바꿨다. 최강야구가 오는 22일 새 시즌의 막을 올리는 가운데 수개월 전 먼저 스타트를 끊은 불꽃야구는 지난 7일 C1 플랫폼을 통해 3이닝 테스트 생중계를 시도하며 소통 창구를 넓히고 있다.
법적 분쟁 속에서도 아류 프로그램으로 분위기를 선점한 불꽃야구,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며 새 판을 짠 최강야구다. 유사한 포맷의 두 프로그램이 경쟁 구도에 들어가자 시청자의 혼란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최강야구의 방송이 시작된다면 이들의 ‘원조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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