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스포츠 경기의 승부를 두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예능과 대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면 스포츠 예능은 어떨까. 예능적 요소를 갖추면서도 땀 흘리는 선수들의 진정성까지 두 가지를 모두 담아내야 한다.
◆“하지만 너는 연예인이잖아”…본업 제친 열정
슈팅스타2에 합류한 구자철은 단장 박지성을 향해 “슈팅스타2는 축구인가 예능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방송이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진짜 축구라고 생각한다”는 박지성의 대답은 최근 스포츠 예능의 분명한 지향점을 보여준다.
아직까진 연예인들이 모여 경기를 꾸려 나가는 방식의 스포츠 예능 형식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갓 은퇴한 프로선수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뭉쳐야 찬다는 2019년 예능인과 비축구인으로 팀을 구성해 좌충우돌 축구 도전에 나섰다. 시간이 흘러 현재 방영 중인 시즌4는 11대11 정식 리그전을 펼치고 있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출연자를 바탕으로 보다 전략적이고 경쟁력 있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출연 중인 가수 정승환은 “하루도 빠짐없이 몇 달 동안 축구를 하다 보니 내가 음악인인지 운동선수인지 헷갈릴 정도”라면서 “그래도 취미와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면 발라드 가수의 자아를 내려놓고 오로지 축구 선수로 달린다. 일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해도 자정에 다시 축구를 하러 나갈 정도로 열심이다.

출연진들의 검게 그을린 피부가 열정을 증명한다. 외모 가꾸기에 한창일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본업을 잊고 뙤약볕에서 땀을 흘린다. 그룹 CIX의 승훈은 “축구를 하면서 많이 탔다. 피부색보다는 부상 걱정이 많았지만,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간절했던 프로그램이라 다치지 않고 운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부상의 그림자
경기장 밖에서는 예능감 넘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웃음기는 싹 빠진다.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지는 이들의 열정은 프로선수 못지않고, 승부욕과 진정성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러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출연자들의 진심이 커질수록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지난 시즌 철인3종에 도전했던 무쇠소년단은 새 시즌에서 여배우 4인의 복싱 챔피언 도전기를 담아내고 있다. 작품 속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여배우들의 강인한 도전기가 주제다. 그런데 이달 초 설인아가 촬영 중 발목 부상을 당했고 이후 무릎 부상으로 인해 트레일런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공개돼 우려를 낳았다.
골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방송인 이현이는 최근 발톱만 네 번 빠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상 치료는 SBS의 산재보험 처리를 받았다”며 “워낙 다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언급했다.
펜타곤 멤버 후이는 뭉쳐야 찬다 촬영 중 코뼈 골절 부상을 입어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병행하고 있던 뮤지컬 출연도 지장이 생겼다. 개그맨 곽범도 뭉쳐야 찬다 촬영 중 비골 골절 및 발목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 부상 여파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도 불참했다.
스포츠 예능의 잔혹사는 과거 더욱 심각했다. 2010년대 초 다이빙을 소재로 한 예능에서 한 출연자가 안와골절을 입으며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아이돌 그룹의 필수 관문인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해 해마다 폐지설이 고개를 든다. 리얼리티를 강조해 과열 양상이 빚어지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현장에는 의료진이 대기해 응급조치를 돕고 체계적인 관리와 사전 훈련을 거치지만, 부상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출연자가 전문선수가 아닐 경우 위험은 더 커진다. 부상 방지를 위한 철저한 경각심, 제작진의 과도한 경쟁 유발 제재 등의 필요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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