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시티가 내년 2월 22일까지 미국 뉴욕 기반으로 활동하는 팝아트 작가 조엘 메슬러의 국내 첫 개인전 ‘파라다이스 파운드 전(Paradise Found展)’을 연다. 이번 전시는 아트스페이스 1·2층 전관에서 열린다. 회화·입체작품 등 24점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회화 19점이 신작이다.
핵심 볼거리는 ▲금박 풍선과 벚꽃 이미지를 결합한 ‘파라다이스 위드 블룸즈(Paradise with Blossoms)’ ▲높이 3m 규모로 생명의 원천을 구현한 입체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등이다.

◆“파라다이스는 여정”…어머니와 기억, 그리고 연결
개막 당일인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엘 메슬러 작가는 자신의 작업 세계와 창작 철학을 ▲연결 ▲어머니 ▲물로 요약했다. 그는 “천국(파라다이스)은 특정 장소가 아니라 여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시장 곳곳에 배치한 선(끈)을 꽃과 오브제에 잇는 연출에 대해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메슬러는 “파라다이스는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라며 “해가 뜨고 지듯 우리의 하루가 이어지는 동안, 지금 여기에서 서로 연결되고 감사하는 마음을 나눌 때, 그 순간이 곧 파라다이스”라고 덧붙였다.
메슬러의 작업은 유년기 기억과 어머니를 중심축으로 확장한다. 리조트와 전시장을 채운 깃발에는 ‘맘(MOM)’, ‘맘 러브드 미(MOM LOVED ME)’ 같은 문구가, 텍스트 작업에는 ‘너는 위대한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YOU DESERVE GREAT THINGS)’, ‘세상은 너의 것(THE WORLD IS YOURS)’이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어렸을 때 잠들기 전 어머니가 해주던 말이라고.
실제 메슬러의 서사는 개인사의 균열을 밝은 색채로 전환하는 방식에서 힘을 얻는다. 그는 심장외과의 아들로 미국 서부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모 이혼으로 긴 트라우마를 겪었다. 호텔 벽지를 긁다 손톱에 피가 맺히고, 물이 끊겨 수영장에서 머리를 감던 불우한 기억을 통과했으며, 한때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시달렸다. 불행을 예술의 불씨로 전환하면서 그는 트로피컬 패턴과 강렬한 색채로 독자적 화풍을 구축했다. 경쾌한 표면 아래를 지탱하는 정직한 서사 덕에 그의 작업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 제작 기간을 묻자 메슬러는 “그림 한 점에 51년이 걸렸다”며 웃었다. 자신의 나이만큼의 시간과 경험이 응축돼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전시 준비 기간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한때 다른 연작을 통째로 진행했지만 내가 원하는 여정이 아니라고 판단해 과감히 버리고 현재의 신작들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신작 ‘파라다이스 위드 블룸즈’의 벚꽃 모티프는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됐다. 메슬러는 “어느 날 벚꽃 가지가 풍선 끈처럼 보였다. 단단한 가지와 피어나는 꽃의 연결이 내 작업의 ‘연결’과 들어맞았고, 파라다이스의 풍선 이미지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파라다이스는 메슬러 작가와 협력해 굿즈도 선보였다. 어떤 굿즈가 가장 마음에 드냐고 묻자 “‘세상은 너의 것(THE WORLD IS YOURS)’이라는 텍스트가 담긴 제품을 특히 아낀다”고 답했다. 그는 굿즈 제작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메슬러는 “작품을 사지 않아도 메시지의 일부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슬러는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파라다이스 큐레이터와의 대화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나 자신을 항상 비워 새로운 것을 담는 그릇이 되려 한다”고 언급했다. 전시장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와 디테일, 환대가 놀라웠다. 이곳에 맞는 최상의 컨디션의 작품을 가져와야겠다고 느꼈다”며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완벽했고, 만약 파라다이스의 환대가 세계 미술관에 조금이라도 수출된다면 예술가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강국 도약, 파라다이스식 해법 ‘아트테인먼트’
한편, 파라다이스시티는 매년 9월 초대형 전시와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를 열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23년부터 키아프와 프리즈 개막에 맞춰 대형 전시를 기획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첫해에는 세계 최대 경매기업 중 한 곳인 소더비(Sotheby’s)와 함께 뱅크시 앤 키스 해링을 개최했다. 당시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 2018)’을 변경명 ‘풍선없는 소녀(Girl without Balloon, 2021)’와 함께 국내 최초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조쉬 스펄링의 ‘WONDER展’과 ‘지드래곤 × 퍼렐 윌리엄스’ 아트 옥션, 래퍼 퓨샤 티(Pusha-T)의 라이브를 엮어 아트·음악·브랜드가 연결된 경험을 제시했다.
이같은 전통은 세 가지 전략에 기반한다. 첫째, 파라다이스가 프리즈 서울의 킥오프 거점이라는 상징성이다. 공항에서 5분 거리라는 입지로 해외 컬렉터·관계자를 가장 가까이 맞을 수 있다. 이렇다보니 지난 1일 프리오프닝 성격의 교류의 장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세계 5대 문화강국’ 도약을 위한 저변 확대와 인재 육성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1970년대부터 ‘아트테인먼트’를 표방해 1979년 계원학원, 1989년 문화재단 설립, 1997년 아트 오마이 레지던시, 2016년부터 아트랩 페스티벌로 교육·창작 지원을 이어왔다.
마지막으로 휴양과 예술의 결합이다. 기존에도 그룹은 호스피탈리티에 문화예술을 결합해 고객 경험을 넓혀왔다. 리조트 전역 3000여 점 상설 설치와 대중 친화 전시로 접근성을 높이고, ‘아시안 팝 페스티벌’ 등으로 호스피탈리티와 K컬처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조엘 메슬러전은 아이부터 전문가까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의 작가가 자신의 성장 과정을 긍정적 메시지와 맞물려 들려주는 자리”라며 “파라다이스는 예술을 매개로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저변을 확대해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영종도=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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