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고명준, 수장이 말하는 포인트 둘

사진=SSG랜더스 제공 

“분풀이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내야수 고명준은 SSG표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일찌감치 차세대 거포로 주목을 받았다. 첫 풀타임을 소화했던 지난 시즌 두 자릿수 홈런(11개)을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 시즌, 점점 존재감이 짙어진다. 6일 기준 112경기에서 14번의 아치를 그렸다. 5일 인천 롯데전이 인상적이다. 데뷔 첫 한 경기 멀티 홈런이자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다. 수장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마치 분풀이를 하는 것처럼, 세게 치더라”고 웃었다.

 

사실 이 감독은 고명준에게 달콤한 당근보다는 날카로운 채찍을 드는 날이 많았다. 멀티히트를 치고 돌아온 날에도 “내가 생각했던 그림엔 아직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았다. “가지고 있는 기량만 따지면 30홈런-100타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췄기에, 조금 더 야구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땐, 가차 없이 퓨처스(2군)행을 통보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1군 엔트리서 말소,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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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이 바라는 모습, 고명준도 잘 알고 있을 터. 확실하게 채워서 돌아왔다. 복귀 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3경기서 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단순히 결과만을 보지 않았다.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느냐도 체크 포인트다. 이 감독은 “강병식 타격코치와 매뉴얼을 만들어 1대1로 훈련 중”이라면서 “본인이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예전엔 그렇게 얘기를 해도 자꾸 안 좋은 그림이 나왔다. 만날 내야안타 치고 뛰더니 이제 공이 뜬다”고 끄덕였다.

 

세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무엇보다 하체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 감독은 “(고)명준이 경우 과거 타석에서 급했다. 그러다 보니 무게가 쏠렸다”면서 “하체를 잘 활용하다보니, 여유를 갖고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격 폼에서도 한층 유연해졌다. 가령 슬라이드 스텝이 빠른 투수들을 만날 때면 노스텝으로 대응한다.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두 가지를 연습시켰는데, 어느 순간 깨달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SSG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한 방을 갖춘 팀이었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 맞춰 거포들을 대거 품은 까닭이다. 2021~2023시즌 3년 연속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다. 최근 흐름은 다르다. 지난해 4위(152개)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6위(126경기 102홈런)에 자리하고 있다.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최정의 부상·부진도 있지만, 바통을 이어받을 자원들의 발걸음이 다소 더디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한 번의 가을을 바라보는 SSG으로선 고명준의 각성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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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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