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베네치아영화제 무관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오스카로 향한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7일 베네치아 리도 팔라초 델 시네마 살라 그란데 열린 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도전에 실패했다.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 은사자상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각본상 등 다른 주요 부문에서도 수상하지 못했다.

박 감독의 12번째 장편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병헌이 만수를, 손예진이 만수 아내 미리를 연기했다. 이와 함께 박희순·이성민·염혜란·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트(Donald E. Westlake)가 1997년에 내놓은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29일 시사회 이후 유력 수상 후보 중 한 편으로 언급됐다. 공개 직후 영미권 평론가 비평과 평점을 모아놓은 미국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100점 만점에 88점을 받아 수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황금사자상은 자머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미국·아일랜드·프랑스를 각각 배경으로 에피소드 3개(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하나로 묶어 완성한 작품이다. 자머시 감독 영화 키워드가 절제·침묵·여백 등 단어로 설명되는 미니멀리즘인 것에 딱 맞게 이 영화 역시 가족·노년·기억 등의 테마를 특별한 드라마가 없는 짧은 영화 3편에 단정하면서도 밀도 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끌어냈다.
어쩔수가없다는 베네치아영화제 무관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오스카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돌입했다. 오는 17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뒤 24일 국내 정식 개봉한 후 내년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을 목표로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3일 어쩔수가없다를 아카데미 국제장편 부분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했다고 공지했다. 심사위원회는 “안정적 영화적 완성도, 시대적 고민인 해고라는 테마, 좋은 배우들의 호연, 실력 있는 북미 배급사 등 평가 항목 모두를 감안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세계가 공감할 비극을 유머로 빚은 아이러니로, 아카데미가 환호할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 감독 영화는 2018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아가씨)을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긍정적인 대목은 영미권 언론이 어쩔수가없다에 유독 애정 가득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BBC는 “황홀하게 재미있는 한국의 걸작은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리뷰 기사에서 박 감독의 신작이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별점 5점 만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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