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딩챔피언의 위엄이 보이지 않는다.
프로야구 KIA의 발걸음이 무겁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6월(0.682) 월간 승률 1위에 오르며 속도를 높였던 것도 잠시. 후반기 들어서면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35경기서 12승(1무22패)을 올리는 데 그쳤다. 최하위 승률(0.353)이다. 점점 가을야구가 멀어진다. 2일 기준 57승4무62패로 8위에 자리하고 있다. 5위와 3.5경기 차. 8월 초 4위였던 것과는 대조되는 그림이다.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남은 경기 수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숫자다.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KIA는 ‘절대 1강’으로 분류됐다. 그만큼 객관적 전력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압도적 기량으로 통합우승을 일궜다. 팀 평균자책점(4.40) 1위, 팀 타율(0.301) 1위에 빛났다. 마지막까지 경기를 치르면서 피로가 쌓인 부분은 있겠지만, 비시즌 큰 출혈이 없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었다. 장현식이 LG로 떠났으나 키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조상우를 품었다. 장타력을 높이고자 소크라테스 브리토 대신 패트릭 위즈덤과 손을 잡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흐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슈퍼스타’ 김도영을 비롯해 곽도규, 나성범, 황동하, 김선빈 등 부상일지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팬들 사이에선 ‘함평(2군) 타이거즈’라는 웃지 못 할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잘 버텼다. 7월 초 2위까지 찍었다. 완전체가 되면, 더 탄력을 받을 거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부상자들이 하나둘 돌아왔지만 경기력은 더 떨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흔들리는 마운드다. 팀 평균자책점 4.67로, 리그 8위로 처져 있다. 2일 대전 한화전은 씁쓸함을 남겼다. 6명의 투수가 나서 무려 21점을 내줬다. 올 시즌 최다 실점이다. 특히 불펜 쪽이 심각하다. 5.32로 9위. 역전패(32패·2위)가 많은 이유다. 뒤쪽에서 계속 문이 열린다. ‘마무리’ 정해영의 부진이 뼈아프다. 최근 10경기서 패전만 세 차례 떠안았다. 지난달 31일 수원 KT전이 대표적이다. 8회까지 6-4로 앞섰으나, 9회 말 대거 3실점하며 경기를 놓쳤다.
구단도 두 손 놓고 쳐다만 본 것은 아니다. 지난 7월28일 NC와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 김시훈, 한재승 등을 영입했다. 9월 확대 엔트리로 투수 김태형, 이성원, 포수 한승택, 내야수 윤도현, 외야수 정해원 등을 올리기도 했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등판을 앞당기는 등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KIA는 앞서 2009시즌, 2017시즌 우승한 뒤 다음 해엔 힘이 빠진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올해도 징크스가 계속될 것인가. 보다 치열하게,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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