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악귀 들린 딸 업고 걷는 중년 남성, 허리 건강 괜찮을까?

소녀시대 윤아와 안보현, 성동일 등이 출연한 미스터리 코미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가 누적 관객수 40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영화 ‘엑시트’로 942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이상근 감독의 신작이자 윤아가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은 영화였다. 특히 최근에는 이 같은 흥행세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해외 개봉을 줄줄이 확정짓기도 했다.  

 

영화는 백수 청년인 남자주인공 길구(안보현)가 아파트 단지에서 선지(윤아)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길구는 선지가 일하는 빵집을 들락거리며 수줍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길구는 늦은 밤 길거리에서 선지의 수상한 행동을 목격하고 조용히 그녀를 미행한다.

 

이때 갑자기 나타난 한 중년 남자가 선지를 붙잡고 끌어안자 선지가 소리를 지른다. 숨어있던 길구가 달려가 둘 사이를 떼어놓는데, 오히려 이 중년 남성은 화를 내며 길구를 밀친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선지의 아버지 장수(성동일)였던 것.

 

장수는 오해를 풀고자 길구에게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정이 지나면 선지 내면의 악마가 깨어나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피워 장수가 새벽마다 선지를 쫓아 그녀를 등에 업고 귀가를 해야 했다. 이에 길구는 선지를 감시하고 보호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장수에게 선언한다. 이후 선지가 난동을 피우면 길구가 말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둘 사이에 오묘한 감정이 싹튼다.

 

이번 작품은 독특한 설정과 코미디 요소가 잘 어우러졌으며, 그간 청순한 역할을 주로 맡아온 가수 윤아의 허당끼있는 연기 변신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매일 새벽, 딸을 업고 귀가시키는 장수의 허리 건강에 대한 생각이 가시지 않는 작품이기도 했다.

 

영화에서 장수는 선지를 붙잡느라 쉴 새 없이 뛰었으며, 딸을 등에 업고 걷다가 허리를 삐끗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가벼운 영화적 설정일 수 있지만, 만약 현실 속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장수의 허리 건강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허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사람의 체중을 싣고 움직이면 추간판(디스크)이 눌리고 밀려나는 힘이 커져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와 뼈 사이의 추간판이 외부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로 인해 제자리를 이탈하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특히 허리 통증 외에도 엉덩이와 다리 저림, 감각 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어, 해당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속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다행히 허리디스크는 대부분 비수술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다. 그중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추나요법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킨다. 침 치료는 경직된 허리 근육을 자극해 혈류를 개선하고 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 회복을 촉진한다. 한의사가 척추와 관절의 정렬을 바로잡아주는 추나요법은 허리와 주변 근육, 뼈의 균형 회복에 효과적이다. 구조적인 회복을 유도함으로써 통증 재발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의치료 유효성은 국내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그중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는 자생한방병원이 중증 허리디스크 환자들을 대상으로 침, 추나요법 등 한의통합치료와 약물치료를 비교한 연구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치료 전 평균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는 한의치료군이 6.25, 약물치료군이 6.65로 유사했으나, 치료 종료 후 한의치료군의 NRS가 2.45까지 감소했다. 반면 약물치료군은 4.33으로 개선 폭이 작았다.

 

 매일 같이 사람을 업거나 무거운 것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허리를 포함한 근골격계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기 쉽다. 따라서 척추 건강 관리를 위해 틈틈이 스트레칭을 진행해 관절을 풀어주고, 가능하다면 전문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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