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불링 특집] 설리·구하라 비극 6년...근본 대책은?

#트로트가수 박서진은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는 사이버불링 피해 경험을 털어놓으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던 과거를 밝혔다. 박서진은 “저는 괜찮지만 가족들은 비연예인”이라며 “방송 출연 후 가족들이 겪는 고충이 더 크다. 가족 모두 방송에 나와 앵벌이 한다는 악플이 많았고, 실제로 부모님의 가게까지 찾아와 면전에 대고 욕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예인 본인을 넘어 가족까지 상처 입히는 온라인 폭력의 민낯이다.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이란 인터넷·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특정 개인을 괴롭히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악성 댓글, 비방 메시지,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영상 유포, 허위 사실 확산, 문자 폭탄, 집단 차단과 따돌림 등 다양한 형태를 모두 포괄한 개념이다. 피해자는 끊임없이 노출되는 탓에 정신적 고통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연예계는 사이버불링으로 인한 비극을 수차례 겪었다. 가수 겸 배우 설리와 구하라는 극심한 악플 등의 사이버불링에 시달리다 2019년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두 20대 스타의 죽음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온라인 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설리의 죽음 직후 포털사이트 다음은 연예 기사 댓글창을 전면 폐쇄했고, 네이버도 2020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댓글창이 없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악플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증명한다.

 

문제는 연예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부·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42.7%, 성인 13.5%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다. 전년 대비 청소년은 1.9%p, 성인은 5.5%p 증가한 수치다. 사이버폭력은 청소년과 성인 모두 언어폭력에 의한 경험이 제일 많았으며 청소년의 경우 욕설(44.8%)과 희롱 및 조롱(각각 19.6%), 성인은 희롱(35.1%), 조롱(28.5%), 욕설(21.5%) 등의 순으로 피해를 경험했다. “왕따보다 더 무섭다”는 증언이 나올 만큼 사이버불링은 세대와 성별을 떠나 새로운 폭력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불링이 기존 폭력과는 다른 차원의 위험성을 갖고 있으며, 사회적 차원에서의 체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언론 방송을 통해 “사이버불링은 소리없이 깊은 상처를 남기는 범죄”라며 “폭력의 도구가 간접적이면 죄책감은 약해진다는 점이 무섭다. 심지어 온라인에서의 폭력은 지속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텍스트와 이미지의 무한복제 유포가 가능해 영원히 남게 될 수도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되는 악플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대응은 대부분 사후 조치에 그친다. 피해자가 심각한 정신적·사회적 타격을 입고 난 뒤에야 문제가 드러나는 구조다. 

 

연예계와 학계, 시민단체는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사이버불링 대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국회에서는 ‘스톱! 사이버불링’ 특별전이 열려 피해를 예술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됐고, 피해자 보호 방안을 찾기 위한 좌담회와 토론회도 잇따라 개최됐다. 사이버불링은 이제 더 이상 온라인에서만 벌어지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현실의 폭력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노력이나 일시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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