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위키드’가 필관람(MUST SEE) 뮤지컬이라고? 예매율 1위가 된 이유

우리가 상상치 못한 뒷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위키드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소재로 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뮤지컬이다. 소설 속 서쪽의 악한 마녀는 사실 어떤 인물이었을까? 이 작품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선악의 구분을 과감하게 비틀어버린다.

 

도로시가 에메랄드 시티에 떨어지기 전, 서쪽의 악한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셰리든 아담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메랄드빛 초록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엘파바는 뛰어난 마법 재능과 정의감을 지녔지만, 외모 때문에 차별받는 소녀다. 반면 글린다(코트니 몬스마)는 금발에 아름다운 외모, 넘치는 인기를 자랑하지만 다소 허영심 많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쉬즈 대학에서 만난 두 소녀는 처음엔 서로를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점차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며 진정한 우정을 쌓아간다. 특히 엘파바가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마법사의 진실을 알고 정의를 위해 맞서다 결국 악한 마녀로 낙인찍히는 과정은 눈물샘을 자극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 한국 공연은 미국 브로드웨이 부럽지 않은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는 ‘글린다의 정석’이라 평가받을 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엘파바 역의 셰리든 아댐스는 400여 회 이상의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연기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준다.

 

위키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눈이 즐거운 무대 연출이다. 시계 내부 장치를 모티브로 한 세트 디자인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있는 듯한 역동감을 선사한다. 특히 12.4m 거대한 타임 드래곤이 연기를 뿜어내며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은 즉시 오즈의 판타지 세계로 빨려든다.

 

350여 벌의 의상 또한 볼거리다. 글린다의 색색깔 화려하고 우아한 드레스들과 엘파바의 검정 고딕풍 의상의 대비는 시각적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캐릭터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드러냄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1막 피날레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에서 엘파바가 무대 최상단까지 솟아오르는 플라잉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롭게 날아오르겠다’는 의지와 셰리든 아담스의 시원한 고음이 함께 펼쳐지며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위키드가 판타지 뮤지컬을 넘어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깊이 있는 메시지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인물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원작자의 의도처럼, 이 작품은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을 비판한다. 또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 과정을 통해 진정한 선함이 무엇인지, 때로는 혼자서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하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최고 수준의 위키드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 티켓값이 절대 아깝지 않은, 평생 기억에 남을 무대 경험을 선사하는 진정한 필관람(MUST SEE) 뮤지컬이다. 7, 8월 예매율 1위 자리를 지킨 이유가 있다.

 

오는 10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사진=에스앤코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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