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현혹’이 촬영 현장에서 쓰레기를 무단으로 방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제작사 측은 사과와 함께 현장 정리를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반복되는 드라마 촬영지 훼손에 대중의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누리꾼은 개인 SNS에 촬영 현장으로 추정되는 제주도의 한 숲길에 쓰레기가 대량으로 방치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종이컵·포장재·부탄가스 캔 등이 방치됐고 배우가 보낸 커피차 컵홀더까지 그대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드라마 제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컵홀더에 붙은 배우의 사진이 한 팬덤에서 최근 촬영장으로 보낸 것과 동일한 것이 알려지면서 현혹이 특정됐다. ‘현혹’은 배우 수지·김선호 주연 작품으로 내년 공개 예정이다.

논란이 빠르게 확산하자 제작사 측은 “촬영이 늦게 끝나 어둡다보니 꼼꼼하게 현장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며 “상황을 인지하고 촬영장과 유관 기관에 사과 및 양해를 구하고 바로 쓰레기를 정리해 현재는 모두 정리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촬영 후 현장을 잘 마무리 짓지 못해 불편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앞으로 촬영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제작사가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신문고에는 ‘드라마 ‘현혹’ 촬영팀 무단투기, 과태료 부과 및 재발 방지 요청’이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은 “현재는 현장 정리가 이뤄졌으나 최초 제보 시점에는 다량의 생활폐기물이 확인됐다”며 “부탄가스 캔이 촬영자료와 함께 발견된 정황에 비추어 화기(인화물질) 반입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8조는 생활폐기물을 허가 없이 투기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사업장 폐기물을 불법 처리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장소가 산림인 점을 고려하면 산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촬영지가 보호구역이거나 자연공원 구역일 경우 자연공원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제작사 사과에도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환경 훼손 사례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종영한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KBS2)는 촬영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에 못을 박는 등 문화재를 훼손해 논란을 불렀다. KBS 측은 공식 사과와 함께 해당 촬영 분량을 모두 폐기했으며 관계자 3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은 촬영 당시 제주 서귀포 인근에서 음식 용기와 생수통 등을 버려둔 채 떠나 논란이 됐고 제작진은 “촬영 후 청소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ENA) 또한 촬영 후 길가에 담배꽁초와 캔, 플라스틱 컵 등이 방치돼 비판을 받았다. 2023년엔 ‘무인도의 디바’(tvN) 제작진이 제주 해변에서 촬영 소품으로 쓰인 돌 무더기를 치우지 않았다가 지탄의 대상이 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유채꽃밭에서 지역 축제 참여 시민의 입장을 막고 소리를 지르며 사진 촬영을 제지했다는 민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촬영지 훼손과 무단 투기 논란이 콘텐츠 산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제작 현장의 책임과 윤리적 기준 강화가 더욱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현장 관리와 사회적 책임 의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촬영 전후 관리 매뉴얼 강화와 더불어 대부분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쓰레기 불법 투기 관련 법적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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