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에반게리온 30주년, 원화로 다시 보는 전설

에반게리온전: 선 전시장 입구 모습. 신정원 기자

유명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올해로 방영 30주년을 맞았다. 세기말의 불안과 구원의 서사를 그려낸 이 작품은 여전히 팬들의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런 에반게리온의 시작과 진심이 담긴 원화전 ‘에반게리온전: 선’이 28일 서울 홍대 AK플라자 4층에 열렸다.

 

에반게리온은 대재난 이후 지구의 인구 절반이 사라진 2015년의 제3 신도쿄시를 배경으로 거대 컴퓨터가 관리·통제하는 초고도 산업도시를 그린다. 사도라고 불리는 생명체의 습격에 에바라는 거대 로봇으로 물치리는 이야기다. 

 

이번 전시는 에반게리온 시리즈 최초·한국공식전시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995년 TV 시리즈 방송으로 시작한 에반게리온은 2007년부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로 새롭게 시작돼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서·에반게리온 신극장판:파·에반게리온 신극장판:Q 세 작품이 공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종 흥행 수입은 102.8억엔, 관객 수는 673만명에 달한다. 

에반게리온전 원화 전시 모습. 신정원 기자
에반게리온전 원화 전시 모습. 신정원 기자

전시는 ‘선’에 초점을 맞춘 만큼 스케치 작품들이 전시됐다. 크리에이터의 손끝에서 태어난 100점이 넘는 원화를 통해 한때 열광했던 에반게리온 세계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선 하나하나 정교하게 그려나간 작품을 보면 명작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과거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사회 전반에 드리운 불안과 청년 세대의 무기력함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기에 그런 걸까. 전시장을 찾기 전까지는 오랜 팬으로서의 기대와 설렘이 앞섰지만, 막상 마주한 에반게리온 원화전의 공간은 의외로 차분하고,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공기를 품고 있었다. 에반게리온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익숙한 장면이지만 원화 속에 담긴 감정은 훨씬 더 무겁고, 내밀하게 느껴졌다.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신정원 기자
에바 초호기 EVA-01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신정원 기자
셀프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신정원 기자

다만 아쉬운 건 그 어떤 설명도 작품 아래 적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구역별이라도, 아니면 캐릭터별로 ‘이카리 신지, 파일럿으로 성장하며 자아를 찾아간다’, ‘아야나미 레이, EVA 0호기 파일럿이다’ 등의 짤막한 소개란을 적어두었다면 에반게리온을 이제 막 입문한 젊은 세대도 각 장면과 인물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벽에 원화 그림만 가득했다.

 

그럼에도 전시장 끝에 마련된 셀프 포토존과 굿즈존은 인증과 소장 욕구를 불러왔다. 특히 굿즈존에는 주인공들의 한복 아크릴 스탠드, 랜덤 뱃지, 한복 마스코트 인형, 에반게리온 사운드트랙이 담긴 LP 등 팬들이 즐길 만한 MD가 다양하게 마련돼 원화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시가 아니면 구하기 힘든 굿즈인 만큼 작품의 여운을 현실로 간직하려는 팬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에반게리온전: 선은 오는 11월30일까지 진행되며,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전시가 개최할 예정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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