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자, 누가 막을 텐가… ‘홈런왕+가을야구’ 꿈꾸는 디아즈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이 구절은 최근 무서운 기세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프로야구 삼성의 4번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꼭 들어맞는다. 홈런왕 경쟁 및 50홈런 도전부터 살얼음판 순위 싸움 등 수많은 중압감 속 오히려 밝은 미소와 함께 타석에 들어선다. “힘든 상황은 맞지만, 야구는 항상 똑같다. 동료들에게 계속 강조한다. 즐기다 보면 좋은 일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은 26일 기준 59승2무59패를 기록, 5할 승률로 정규리그 7위에 올라있다. 위를 보면 가을야구 진출권 마지노선 5위 NC(55승6무54패·승률 0.505)와는 단 0.5경기 차다. 더불어 6위 KT(59승4무58패·0.504)도 바짝 추격 중이다. 희망가를 부른다. 삼성은 직전 10경기서 8승1무1패라는 무시무시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 디아즈가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전반기 88경기에서만 29홈런·88타점을 쓸어 담더니, 후반기에서만 타율을 0.320(122타수 39안타)으로 끌어올리며 한층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현시점 디아즈의 올 시즌 성적은 120경기 동안 41홈런 12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8이다.

 

이 가운데 장타율(0.618)을 비롯, 홈런과 타점에서 리그 1위다. 특히 홈런은 2위 패트릭 위즈덤(KIA·30개)과 무려 11개 차이가 난다. ‘예약’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홈런왕 등극이 유력하다.

 

장타를 의식하지 않는다.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서 시즌 41호포를 치며 두 경기 연속 아치를 그린 후에도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디아즈는 “매 순간 그렇듯 홈런을 치려고 타석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고 했는데, 잘 맞았다”고 밝혔다.

 

시즌 전 세웠던 목표는 이미 넘어섰다. “아내와 ‘홈런 40개만 치면 좋겠다’고 대화를 나눈 적 있다”는 그는 “이렇게 많이 칠 줄은 몰랐다.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나아간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단일 시즌 50홈런을 넘긴 좌타자는 이승엽 전 두산 감독뿐이다. 두 번째 이름을 아로새길 수 있을까. 디아즈는 “KBO 역사에 내 이름이 올라간다면 영광일 것”이라면서 “끝까지 열심히 도전해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타점왕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록 중 하나가 타점”이라며 “타점은 선수의 가치를 높인다. 매 타석 주자 있을 때면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특유의 낙관적인 태도다. 살얼음판 순위 싸움에서 느낄 법한 압박에도 개의치 않는다. 디아즈는 “솔직히 힘든 상황은 맞다”면서도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도 항상 말하는 게 있다. (그 어떤 상황에도) 똑같은 야구 아닌가. 즐기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온몸으로 팀의 최근 상승세를 체감 중이다. 그는 “분위기가 선순환되고 있다. 사실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선수단끼리 미팅을 많이 하며 서로 동기부여를 줬다”고 했다.

 

지난해 경험한 한국시리즈(KS) 무대는 디아즈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KS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끝으로 “그런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우리 팀의 시즌 전 목표는 우승이었다. 작년에 이루지 못한 걸 올해 만회하고자 다들 얘길 나눴다.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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