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KBS 김진웅 아나운서의 ‘서브’ 발언 논란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진웅이 방송인 도경완을 두고 “장윤정(아내)의 서브”라며 “난 그렇게 못 산다”고 한 발언의 분노는 타겟이 도경완·장윤정 부부라서가 아니다. 이는 김진웅의 시대를 역행하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고스란히 드러낸 장면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나온 차별적 언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누적된 전문성 부족…본업을 소홀히 한 대가
이번 논란이 유독 거센 이유는 김진웅의 과거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2024년 총선 개표방송에서 김진웅은 생방송 중 “몇 페이지야?”라며 당황하는 모습이 15초간 전국에 송출되는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이 방송을 위해 500여명이 애를 썼다. 그러나 김진웅은 자신의 대본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방송에 임한 것이다. 이는 아나운서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인 사전 준비와 전문성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의 불쾌함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SNS에 업로드한 방송 사고 영상이다. 반성은 회사에서 해도 된다. 자막까지 더한 정성스러운 편집이 더해지니, 스스로 이슈를 바라는 모양새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


야구 중계의 한계도 지적된다. KBS 야구 캐스터로 마이크를 잡으면 시청자들은 “지식 부족과 실수 연발”을 이유로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시청자들이 자회사 아나운서를 메인 캐스터로 기용하라고 요청할 정도다.
이 모든 것에 더해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보여진 15분 지각과 같은 기본적인 업무 태도마저 문제가 되고 있다. 38세, 10년차 방송인, KBS 6년차 아나운서가 보여주는 이런 모습은 직업 의식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대놓고 ‘예능 지향’ 아나운서를 보는 시청자들의 불편함
김진웅과 같이 예능에 매달리는 아나운서가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아나운서의 꿈을 품고 치열하게 준비해온 지망생들은 기회를 잃는다. 공영방송의 한정된 자리는 그만큼 소중하고 경쟁이 치열한데,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러한 이들을 채용한 면접관들의 책임도 있다.
아나운서는 예능인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 전달, 공정한 진행,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능적 재미만을 추구하다 보면 이번 김진웅 사태와 같은 부적절한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웃음을 위해 타인을 비하하거나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공영방송 아나운서로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하차청원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시되는 이유다. 단지 김진웅 실언의 타겟이 도경완이라서가 아니다.
본업으로 불리는 뉴스, 중계방송, 정보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쌓지 못한 채 웃음만 쫓다 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충격적인 개표방송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수신료 가치 실현의 관점에서 본 문제점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국민의 수신료는 웬만한 OTT 구독료보다 비싸다. “점점 TV를 보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포털에 수신료를 검색하면 ‘수신료 해지’가 가장 먼저 창에 뜬다.
공영방송의 아나운서는 단순한 방송인이 아니다. 공정성, 정확성, 품격을 바탕으로 일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타인의 가정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시대 역행적 생각을 감추지 않으며, 기본적인 업무 수행에도 문제를 보인다면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단 김진웅 뿐만이 아니다.
이는 KBS의 인사 관리와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기본적인 업무 태도, 전문성, 책임감을 갖춘 후에야 예능적 재능을 발휘할 자격이 생긴다. 전현무가 프리 전 크고 작은 사고를 쳤음에도 대중이 그를 부른 것은 ‘예능까지’ 잘했기 때문이다. 순서를 바꿔서는 안 된다.
10년차 아나운서가 “경험 부족”을 핑계로 삼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교육과 관리 시스템 부재를 보여주기도 한다. 체계적인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과 평가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영방송 KBS는 이번 기회에 아나운서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아나운서의 꿈을 품은 인재들이 그 자리에 설 수 있고, 국민들도 자신들이 낸 수신료가 제대로 쓰이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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