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프라이버시와 알 권리] '양날의 검' 스타 집 공개…친근함 어필되지만 범죄 표적

박나래, 자택 방송 후 무단침입 및 절도 피해
김대호도 사생활 침해에 이사 결정
한혜진 별장에도 울타리 및 담장 설치
비·김태희 등 스타 부부도 예외 없어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사적인 공간을 공개한 스타들이 오히려 범죄와 사생활 침해의 표적이 되고 있다. 친근한 생활 공간을 보여주며 대중과 거리감을 좁혔지만 그 대가로 사적인 공간이 무너지고 안전까지 위협받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한혜진의 홍천 별장. 현재는 울타리와 담장이 설치됐다.

 

연예인들이 자택을 공개하는 이유는 단순한 과시가 아니다. 집은 스타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가장 손쉬운 장치이자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소품은 ‘성공한 스타’의 상징으로 소비되지만 반대로 소박한 생활공간은 ‘의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팬심을 끌어낸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단순한 일상 공개만으로도 콘텐츠가 완성되기에 집은 가장 효과적인 연출 수단인 셈이다. 그런데 집을 보여준 대가를 치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범죄 표적이나 사생활 침해 위험이 발생한다. 

 

◆일상 공개한 뒤 무단 침입→절도 피해

 

박나래. 사진=MBC

 

코미디언 박나래는 2021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단독주택을 매입한 뒤 출연 프로그램에서 자세히 공개했다. 마당부터 거실까지 집 내부에서의 일상을 꾸밈없이 공개했지만 이후 사생활 침해로 큰 고통을 당했다. 얼굴도 모르는 불청객이 집 앞에서 10시간씩 기다린다거나 무작정 찾아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황당한 피해를 겪었다. 박나래는 “한 번은 엄마가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내 지인인 줄 알고 엄마가 열어줬는데,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황당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외부인이 침입해 고가의 귀금속·가방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도난당한 범죄까지 발생했다. 박나래는 보관해 두던 명품 가방 등이 사라진 걸 알게 된 뒤 밤새 중고 명품 플랫폼을 검색해 동일 물품 매물을 발견하고 곧바로 신고했다.

 

이후 해당 물품을 포함한 도난품을 모두 회수했고 사건은 검찰 송치·재판 절차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박나래는 생방송 출연을 취소하는 등 스케줄에 차질이 생겼고 친한 지인이 범인이라는 가짜뉴스까지 퍼져 몸살을 앓았다. 박나래는 당시 “최근 8일을 8년처럼 살았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김대호. 사진=MBC

 

방송인 김대호도 아나운서 퇴사 후 스타로 등극했지만 그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여지없이 따라왔다. 직장 생활 10여년 만에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집을 마련했고 독특한 포장마차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방송에서 자신의 집을 공개한 후 친분 없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김대호는 “집이 공개된 후 쉼터가 아닌 일터가 됐다”며 “안에 있는 걸 들킬까 봐 소리를 내기도 신경 쓰인다”고 밝혔고, 결국 집을 마련한 지 2년여 만에 이사를 결정했다.

 

 

모델 출신 방송인 한혜진은 6개월 이상 설계에 공을 들여 강원도 홍천에 500평대 규모의 별장을 직접 지었지만 유튜브 채널과 방송을 통해 일상을 공개하면서 고충을 겪었다. 집을 지은 지 1년도 안 돼 불청객들이 무단 방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에는 4명의 낯선 중년 남녀가 차를 타고 집 앞에 주차하더니 한혜진의 단호한 거절에도 “별장을 둘러보겠다”고 떼를 썼고 “이제 TV 안 보겠다”고 모욕적인 말을 남기고 떠났다.

 

“심지어 (별장에)관광버스까지 온 적이 있었다”고 밝힌 한혜진은 “집에 내가 있을 때 세 팀까지 받았다. 내가 없을 땐 얼마나 많이 온다는 이야기인가”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자신의 별장이 점차 관광지화되자 결국 울타리와 담장을 설치한 한혜진은 “자연에 있고 싶어서 왔는데 울타리를 치고 싶지 않았다. 울타리나 담장을 치게 되면 내가 갇히는 것 아니냐”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톱스타 부부도 예외 없어…결국 이사

 

배우 김태희, 가수 비 부부

 

배우 김태희, 가수 비 부부는 2022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자택에 찾아온 40대 여성을 신고했다. 이 여성은 자택을 무려 14차례 방문해 초인종을 누르는 등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침입 시도를 했다. 가해자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부의 이태원 자택은 전지적 참견 시점(MBC)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여러 차례 사생활 침해를 겪은 부부는 해당 자택을 매각하고 이사했다.

 

이외에도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제주도로 이주한 뒤 일부 관광객이 집을 무단으로 찾는 등 심각한 사생활 피해가 발생했다. 효리네 민박(JTBC) 방영 이후로는 빈도가 더욱 심해졌고 부부는 끝내 서울로 터전을 옮겼다. 래퍼 스윙스도 “무단 침입해서 나를 형이라 부르고 이러는 건 좀 공포스럽지 않나. 난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조차 눈에 불을 켜고 긴장하며 지내야 한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주거침입죄·퇴거불응죄는 사람의 주거·간수하는 저택·건조물이나 선박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거나 그 장소에서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는 죄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스타의 집은 콘텐츠의 무대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무단 침입이나 도난, 스토킹 등 범죄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법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이 존중될 때 비로소 ‘스타의 일상 공개’라는 방송의 장점도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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