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프라이버시와 알 권리] 관찰예능 범람, 가족·연애·육아까지 들여다보는 시대

각집부부 1화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tvN STORY 제공

연예인의 일상은 더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니다. 방송은 그들의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시청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소비한다. 요즘 TV 채널을 돌려보면 어느 방송사든 빠짐없이 한두 개쯤은 연예인의 집안, 가족, 육아, 연애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연예인의 일상은 이제 프로그램의 중심 콘텐츠가 됐다.

 

미운 우리 새끼·동상이몽·신발 벗고 돌싱포맨(이상 SBS)과 슈퍼맨이 돌아왔다·살림하는 남자들(이상 KBS2), 조선의 사랑꾼(TV조선), 내 아이의 사생활(ENA)을 비롯해 최근 론칭 및 방영을 앞두고 있는 내 새끼의 연애, 각집부부(이상 tvN STORY)까지 스타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이 끝을 모르고 늘고 있다.

 

과거 예능은 주로 코미디와 토크 중심이었고 무한도전(MBC) 등이 등장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를 탔다. 연예인이 스튜디오나 미리 준비된 장소에서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2013년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이야기를 다룬 나 혼자 산다(MBC)가 등장하면서 본격 관찰 예능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스타의 일상이 큰 관심을 받자 사생활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 현재까지 줄이어 제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운 우리 새끼는 싱글 남자 연예인의 일상을 어머니들의 시선으로 지켜본다는 설정을 통해 집밥, 청소, 데이트와 같은 일상적 장면을 큰 재미로 승화시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연예인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며 육아 예능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후에는 관찰 대상이 확장됐다. 연예인의 부모, 자녀, 전 배우자, 전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까지 등장했고, 예능은 점점 더 깊은 사적 관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특히 콘셉트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각집부부는 따로라서 애틋한 뉴노멀 부부의 라이프 관찰 예능을 표방한다. 문소리-장준환, 김정민-루미코 등 각집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들이 출연해 직장 문제, 자녀 교육, 부모 돌봄, 혹은 생활 방식의 차이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홀로 라이프를 공개한다. 예고 영상에 문소리의 충격적인 별거 생활이 공개돼 시작 전부터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에 혼자 거주하는 문소리는 남사친과 등장했고, 그가 혼자 사는 문소리의 집까지 방문하자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박명수가 “이건 아니다. 녹화 접어라”며 분통을 터뜨린 장면이다.

 

내 새끼의 연애 방송화면. tvN STORY 제공

지난 20일 공개된 내 새끼의 연애는 어떤가. 이 프로그램은 자녀가 연애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연예인 부모가 주 콘셉트다. 배우 이종원과 아들 이성준, 배우 이종혁과 아들 이탁수, 배우 박호산과 아들 박준호, 셰프 안유성과 아들 안선준, 배우 이철민과 딸 이신향, 코미디언 김대희와 딸 김사윤, 코미디언 조갑경과 딸 홍석주, 농구 감독 전희철과 딸 전수완이 출연한다.

 

방송 이후 이들의 연애 횟수와 경험담, 외모가 회자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출연자의 풋풋한 연애 감정이나 부모와의 솔직한 대화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반면 특정 출연자의 외모나 연애 경험에 대한 지나친 평가와 비교가 이어지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리얼리티’라는 이름 아래 연예인의 사적인 공간을 방송용 콘텐츠로 만들어낸다. 이제는 단순한 일상 공개를 넘어 그들의 육아 방식, 부부 관계, 자녀의 연애까지도 시청자 앞에 전시된다.
 

관찰 예능은 시청자에게 ‘나도 저랬지’, ‘우리 집도 그래’라는 공감을 유도하며 감정적 몰입을 이끌어낸다. 스타들의 화려한 삶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친근함을 더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 코드는 높은 시청률로 이어지고, 방송사에게는 안정적인 포맷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 모든 것이 지나친 사생활 침해로 느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연예인의 부부 갈등, 자녀와의 갈등이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상황이 과연 건강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관찰 예능에 출연한 가족 구성원이 방송 후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감정적 상처를 입는 사례가 흔하다. 관찰 예능이 대중과 연예인을 가깝게 만들어주는 창구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사생활과 콘텐츠의 경계를 잊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히 존재한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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