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주년 공연의 마지막 날, 다음 무대를 준비하던 멤버가 부상을 입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4시간여의 러닝타임은 예정대로 채워졌다. 20년간 맞춰온 팀워크와 배려, 시너지가 모여 완성된 슈퍼주니어의 ‘슈퍼쇼10’이었다.
24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슈퍼주니어 데뷔 20주년 기념 투어 ‘슈퍼쇼10(SUPER SHOW 10)’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지난 22일부터 3일간 열린 슈퍼쇼10에는 총 3만명의 관객이 방문했다.
“슈퍼주니어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드리겠다”는 리더 이특의 말처럼 이날 공연은 20년 전 그룹 슈퍼주니어를 세상에 선보인 데뷔곡 ‘트윈스’로 시작해 지난 7월 발표한 따끈따끈한 신곡 ‘익스프레스 모드’까지 알찬 세트리스트가 채워졌다. 객석을 가득 채운 엘프(팬덤명)과 아홉 멤버는 공연장을 타임머신 삼아 시간 여행을 떠났다.

아홉 멤버는 넘치는 끼를 바탕으로 솔로가수, 배우, 유닛 등의 활동을 폭을 넓혔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해 지금은 SM(이특·희철·예성·신동·시원·려욱), 안테나(규현), 오드(은혁·동해) 등 각자 다른 소속사에 몸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리고 다시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20년간 활동하기까지, 그저 웃으며 추억하기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5년 12인조로 데뷔해 이듬해 멤버 규현이 합류했다. 기존 멤버들의 탈퇴를 비롯해 크고 작은 사고들까지 슈퍼주니어의 20년은 바람 잘 날 없었다.
준비된 영상에는 팬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슈퍼주니어의 지난 시간이 그려졌다. 학창시절 팬심으로 힘을 얻어온 팬들의 모습을 비롯해 뉴스를 통해 멤버들의 소식을 듣고 눈물짓는 팬들의 모습도 연출됐다.

이특은 “20년간 활동하면서 행복한 만큼 아프고 슬펐던 일도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멤버들과 엘프들이 함께 울고 기뻐해 줘서 20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운을 떼며 2007년 발생한 멤버들의 교통사고를 언급했다.
그는 “가장 위기이자 큰 고통은 멤버들의 교통사고가 났을 때였다. 당시에 나와 신동, 은혁이 각각 다른 병원에 있다가 규현이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화장실에 가서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돌아보면 추억이지만 그때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떻게 견뎠을까 생각이 든다“는 이특의 말에 규현은 “사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특이 “그래도 규현이가 지금 건방지게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고 토닥여 애틋하고도 유쾌한 웃음을 안겼다.

이날 공연에서 멤버들은 중앙 무대와 X자의 돌출 무대를 오가는 동선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메인 무대는 리프트와 계단으로 구성됐다. 그러던 중 암전된 공연장에서 멤버들의 이동이 이뤄졌고, 잠시 짧은 소음이 들려왔다.
공연이 잠시 지체된 이후 발라드 무대가 펼쳐졌고, 이후 ‘미라클’과 ‘로꾸꺼’로 이어지는 댄스곡 구간은 멤버 규현을 제외한 여덟 멤버만 무대에 올랐다.
별다른 안내 없이 공연이 재개됐다. 보컬 멤버인 규현의 부재에 려욱이 빈자리를 채웠다. 후렴구가 끝없이 반복된 ‘아-차(A-CHA)’는 멤버들이 려욱의 목 상태를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려욱은 보란 듯 마지막까지 목청껏 자신의 몫에 규현의 몫까지 꽉 채웠다.

규현은 이내 다시 등장해 무대를 함께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정규12집 ‘슈퍼주니어 이오(Super Junior25)’의 타이틀곡 ‘익스프레스 모드(Express Mode)’에 다시 등장한 규현은 안무를 소화하지 못하고 무대 좌측 의자에 앉아 나머지 무대에 참여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에 규현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서도 한 손엔 마이크를 들고, 한 손은 호응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멤버들은 규현의 이름을 부르며 격려했고, 안무 중간중간 규현의 곁에 서서 함께 무대를 즐겼다.
앵콜 무대에 앞서서 규현은 검은색 장우산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멤버들은 절뚝이는 규현을 배려해 느린 걸음을 맞춰 걸었고, 농담을 건네며 계속해서 분위기를 풀고자 노력했다.

20년의 팀워크가 빛을 발한 시간이었다. 무려 2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빈틈없이 채운 건 20년 내공의 아홉 멤버,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었다. 슈퍼주니어와 긴 시간 함께 걸어온 엘프의 열정은 그대로였다. 당시의 응원법을 떠올리며 떼창과 함성으로 멤버들에게 힘을 실었다.
누구보다 아쉬웠을 규현도, 그런 그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아쉬움을 삼키며 공연을 즐겼다. 멤버들은 슈퍼주니어의 30주년, 다음 ‘슈퍼쇼’ 시리즈를 기약하며 “70살이 되어도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연 말미, 규현은 소감을 전하며 “귀한 시간을 써서 비싼 공연에 와주신 팬들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내 “춤추면서 폭발하는 규현의 라이브를 기대하고 오셨을 텐데 죄송하다. 어떻게든 다시 한 번 서울에서 나의 춤선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앵콜 콘서트의 가능성을 열었다.
소속사에 따르면 규현은 무대에서 내려오다 접질려 부상을 입었다. 공연 참여 의지가 강해 춤은 추지 않고 다시 공연에 합류했고, 공연 후 검진을 받았다.
한편, 2008년 막을 올린 ‘슈퍼쇼’는 K-팝 대표 콘서트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총 아홉 차례 투어를 통해 아시아, 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 30개 이상의 지역, 194회 공연을 펼쳤다. 한국 그룹 최초 프랑스 단독 콘서트, 사상 최대 규모 남미 투어, 아시아 가수 최초 사우디아라비아 단독 콘서트 등의 각종 기록을 세웠다.
지난 3일간 열린 ‘슈퍼쇼10’은 총 3만 객석이 전석 매진됐다. 이날 서울 콘서트를 마무리한 멤버들은 9월 홍콩·자카르타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총 24회 투어를 열고 전 세계 엘프(팬덤명)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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