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웃었다.
롯데의 힘겨운 연패탈출기, 마침내 성공했다. 24일 창원NC에서 열린 NC와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서 17-5로 승전고를 울렸다. 지난 6일 부산 KIA전(7-1) 이후 처음 맛보는 승리다. 길고 길었던 12연패 늪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날짜로는 18일 만에, 경기로는 15일 경기(2무 포함) 만이다. 시즌 성적 59승5무57패를 마크했다. 어렵사리 급한 불을 끈 롯데는 일단 NC(54승6무54패)를 끌어내리고 공동 5위에서 KT와 공동 4위로 한 계단 올랐다.
지독히도 안 풀렸다. 연패 중인 팀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엇박자가 났다. 마운드가 버텨주면 타선 지원이 저조했다. 방망이가 활발하게 돌아가면 불펜 쪽에서 방화가 발생했다. 몇 차례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자 연패 숫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선수단은 조급해졌다. 곳곳에서 수비, 주루 미스가 쏟아졌다. 두 손 놓고 지켜만 본 것은 아니다. 1군 엔트리, 선발 라인업 등에 다양한 변화를 줬다. 수장이 나서 반성의 목소리까지 냈지만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가장 롯데답게, 화끈한 야구로 단단했던 벽을 부쉈다.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 9볼넷으로 17점을 합작했다. 20경기 만에 신고한 두 자릿수 득점이다. 17득점은 올 시즌 구단 최다 득점이기도 하다. 종전까진 12득점이 두 차례 있었다. 1회 초 빅터 레이예스의 3점짜리 홈런을 시작으로 6회까지 매 이닝 점수를 냈다. 특히 4회엔 상대 실책과 맞물려 무려 8득점을 집중시켰다. 이 또한 롯데의 올 시즌 1이닝 최다 득점이다. 앞서 6득점은 네 차례 있었다.
올 시즌 롯데가 5강 싸움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단연 공격력이다. 팀 타율 0.269로, 선두 LG(0.274) 다음으로 높다. 문제는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 8월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최하위(0.215)까지 떨어진다. 한 점 한 점 추격하다 끝내 힘이 빠지는 경기들이 많아졌다. 이날은 달랐다. 꽤 점수 차가 벌어진 뒤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롯데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이날 롯데는 선발 전원 안타를 달성했다. 롯데로선 올 시즌 처음이다. 전체론 시즌 8번째, 통산 231번째다. 무엇보다 리드오프로 나선 박찬형의 활약이 눈부셨다. 4안타 4타점의 주인공이다. 홈런 빠진 히트 포 더 사이클이었다.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줬다. 레이예스와 이호준이 나란히 3안타씩을 때려낸 가운데 고승민, 나승엽도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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