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살에 한국을 떠났지만, 그 누구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우리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매기 강 감독의 오랜 열망이 담긴 수작이다.
섬세한 K-컬쳐의 고증으로 글로벌 공감대를 얻은 매기 강 감독이 22일 서울 용산구에서 취재진을 만나 케데헌의 출발부터 다음 시즌을 향한 궁금증까지 모두 답했다.
전 세계에 K-컬쳐 열풍을 몰고 온 케데헌은 매기 강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6월 말 공개된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대 애니메이션 1위 기록에 이어 역대 영화 1위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탄생은 강 감독의 어린 시절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묻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고 답했지만, 선생님은 지도에서조차 한국을 찾지 못했다. 겨우 찾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다른 색깔로 표기되어 있었다. 발전이 느리다는 이유였다. 강 감독은 “그 일로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K-고증 끝판왕’ 케데헌, 디테일의 이유
케데헌은 K-팝 걸그룹이자 수호자 헌트릭스가 K팝 보이그룹이자 악령인 사자보이즈를 물리치고 혼문을 지키는 이야기다. 한국 문화의 다양한 부분을 비춰 K-팝과 결합한 작품이다. K-팝과 퇴마라는 독특한 시너지는 전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문화 중에서도 저승사자, 도깨비 등에 흥미를 느낀 강 감독은 자연스럽게 ‘데몬 헌터스’라는 소재를 떠올렸다. 기획 후반 단계에서 K-팝까지 접목되면서 지금의 케데헌이 만들어졌다.
특히 강 감독은 “무당 문화의 굿이 사실상 첫 콘서트라고 생각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음악과 춤을 통해 악귀를 물리쳐온 역사가 여러 세대를 거쳐 변화해온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당으로 시작해 다양한 걸그룹을 거쳐 헌트릭스가 등장하게 된 오프닝 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공개 후 화제가 된 디테일한 한국 문화 고증도 중점을 뒀다. 해외에서 만든 한국 콘텐츠를 보면 왜곡된 부분이 많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뮬란조차 주인공에게 기모노를 입힌다. 아시아인으로 기분이 나쁘더라”라고 말한 강 감독은 “한국 영화를 만들면 문화적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다. 팀에 한국인이 많아서 함께 고치며 완성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영화는 장벽을 허무는 최상의 예술적 형태”라고 강조한 강 감독은 이것이 영화가 가지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캐릭터와 스토리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사랑받고, 인정받고 안정되길 원한다. 또한 모두가 자기 안에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고, 수치심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며 “초기 스크리닝 단계에서 여섯 살 어린아이도 이러한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혹은 친구들이 날 받아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서 숨기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령, 성별, 인종을 넘어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여성 서사도 의도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무당이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했고, 이를 캐릭터의 서사와 연결했다. 강 감독은 “무당이 굿을 할 때 남성 의복을 입는다는 것도 굉장히 진보적이라 생각했다. 그런 지점이 페미니즘의 상징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다소 소극적으로 다뤄진 여성 캐릭터들을 부각한 것도 케데헌의 주요 포인트였다. 다이나믹한 감정에 따라 가끔은 못생기고, 코믹하기까지 한 표정들도 보여주고자 했다.

◆중요한 건 자신감…시즌2, K-트로트·헤비메탈도 소재로
케데헌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건 OST다. K-팝을 소재로 한 만큼 음악이 중요했고, 루미의 감정과 서사를 드러낼 수 있는 골든(Golden)은 특히 공들인 곡이다.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8월16일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앞서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 정상에 올라 미국·영국 양대 팝 차트를 석권했다.
골든은 중독성있는 댄서블한 EDM 팝사운드에 폭발적인 고음 파트로 다아나믹한 전개를 보여준다. 내면에 상처를 가진 루미가 이를 극복하고 멤버들과 진정한 한팀이 되어 혼문을 지킨다는 서사는 꿈, 연대, 자기 구원이라는 영화의 모티프를 음악적인 에너지로 전달한다.
제작진 역시 골든이 가지는 중요성을 깊이 깨달으며 작품을 완성했다.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캐릭터의 전사를 구축해야 했다. 음악적으로는 ‘부르기 어려운 곡’을 설정했다. 강 감독은 “평소 굉장히 높은 고음을 해내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었을 때 가슴이 뛴다. 음이 높을수록 그 순간에 감정이 격해지고 감동이 오는 것 같다”고 고난도 가창곡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글로벌 흥행 성공에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직 풀지 못한 주인공들의 서사도, 보여주지 못한 K-팝의 부분도 많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운을 뗀 매기 강 감독은 “한국의 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트로트나 헤비메탈도 넣어보고 싶다”고 바랐다. 또한 진우의 죽음에 관해서도 “우리는 (다음을) 모른다. 한국 콘텐츠는 비극을 좋아하지 않나”라고 웃으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케데헌의 성공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K-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매기 강 감독은 이번 내한 일정 중 아리랑 국제방송의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K-팝의 세계적 위상과 향후 발전 전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이지만, 한국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누구보다 강하다. “언어를 유지해 온 덕에 한국 문화에 훨씬 근접하게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 강 감독은 “이재명 대통령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문화의 힘을 소프트 파워를 통해 이루고자 한다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글로벌한 크리에이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컬처의 글로벌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강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님 자신감이다. “영화감독으로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관객의 의견에 맞추는 순간 진정성이 사라진다”고 꼬집은 그는 “관객은 진짜를 원한다. 한국의 문화, 내가 가진 한국적 감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두려움도 있지만 반대로 성공 가능성도 크다. 한국 문화가 지금보다도 더 글로벌하게 뻗어 나가고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있는 그대로 자신감 있게 그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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