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기 있게 하려는 모습, 고맙더라고요.”
입추(8월7일)를 건너 처서(23일)가 지났다.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SSG는 다르다. 조금 일찍 가을 DNA를 깨우고 있다. 23일 기준 8월 월간 승률 4위. 지난 2년간 6위, 9위에 그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각종 부상 악재로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서 잘 버티고 있다. 그만큼 대체 자원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우완 투수 최민준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8월 4경기서 모두 선발로 나서 평균자책점 1.69를 마크했다.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 최민준에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듯하다. 5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리그 최고의 투수 코디 폰세(한화)와의 선발 맞대결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최민준이 한 경기서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2021년 10월12일 인천 LG전 이후 무려 1410일 만이었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6회를 다 채우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최)민준이가 마음 독하게 먹고 하려는 모습들이 참 고맙더라”고 끄덕였다.

최민준은 2018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로 SK(SSG 전신)에 입단했다. 주로 불펜으로 뛰며 팀의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냈다. 2024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이숭용 SSG 감독이 가장 기대했던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최)민준이는 기본적으로 계산이 서는 선수다.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아쉽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난해 32경기서 평균자책점 7.78에 그쳤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헤매는 사이 팀 내 입지는 좁아졌다. “실망스럽다”는 수장의 쓴 소리가 뒤따랐다.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그렇게 출발한 2025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불펜으로 뛰었다. 그러다 기존 선발 자원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였다. 7월29일 인천 키움전부터 8월17일 인천 LG전까지 4경기 연속 5회를 채우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잘 준비하겠다”고 외치며 각오를 다졌다. 중요한 경기서 보란 듯이 해냈다.
사령탑의 시선은 비단 결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떤 자세로, 어떠한 과정을 밟는지 지켜봤다. 최민준의 성장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 감독은 “1군 캠프에 가지 못했을 때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는가. 정말 열심히 했기에 결과도 따라왔다”라며 “본인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라고 칭찬했다. 촘촘한 순위경쟁에 한창인 SSG. 제 궤도를 찾아가는 최민준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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