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계가 멍들어간다.
2020년 6월26일. 한국 스포츠계가 아픔의 눈물을 흘렸다.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 최숙현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감독, 주장, 팀 닥터, 동료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문제가 대두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스포츠윤리센터가 세워지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뿌리 깊게 자리한 폭력은 여전히 스포츠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 굳게 잠긴 문 너머로 오늘도 잔혹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비극은 되풀이 된다. 지난 6월4일, 경주 상주의 한 중학교 씨름부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A코치가 2학년 부원 B군의 훈련 태도를 문제 삼으며 삽으로 머리를 내리친 것. 충격을 받은 학생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했다. 가족에게 극적으로 구조된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도 넘은 시점이다. 그제야 관계 기관도 부랴부랴 움직였다. 지난 12일 경북씨름협회 신고를 받은 스포츠윤리센터가 조서관을 배정, 진상파악 중이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폭력 사건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 새 2.3배 늘었다. 2021년 91건에서 지난해 211건로 껑충 뛰었다. 종목도, 형태도 다양하다. 한 지역 유도 실업팀에선 지도자 C가 선수 D에게 상습적으로 대리운전과 음주를 강요, 스포츠윤리센터가 나섰다. 한 고등학교 태권도 E코치는 만취상태로 여학생들을 구타했다. 국가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지난달 태국서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가진 회식자리서 난투극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스포츠공정위원회서 징계를 논할 예정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과도한 ‘성적 지상주의’가 가져온 폐해다. 결과를 내기 위해선, 그 무엇도 감수해야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 구조적, 환경적 문제를 꼬집는 이들이 많다. 수직관계에 의한 위계질서, 심지어 그들만의 폐쇄적인 공간서 체벌과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다. 일련의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무관용 원칙’을 앞세우지만, 그때뿐이다. 견고한 기득권 세력은 이러한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비슷한 장면을 반복해서 찍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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