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해당 지역만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녹여낸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축제가 열리는 이유와 배경이 명확할수록 방문객의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둘째는 관람형에서 벗어난 참여·체험 중심 운영이다. 관광객은 물론 주민이 함께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현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재방문율도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다. 공공 예산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민간 협력과 자체 수익 모델을 병행해야 한다.


이같은 성공 요소를 모두 갖춘 행사가 있다. 바로 ‘전주가맥축제’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장수 축제다. 무려 매년 1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다.
괜히 성공한 게 아니다. 전주가맥축제는 성공 요인 1번부터 충족한다. 전주의 명물 ‘가맥’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가맥은 ‘가게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주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중에도 유명한 가맥집을 찾을 정도다. 이미 가맥은 아이코닉한 전주 관광 키워드가 됐다.
올해 열린 축제에서는 지역 가맥 업소 20여곳이 참여해 전주의 가맥과 대표 안주를 선보였다. 여기에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생산되는 ‘당일 생산 맥주’가 곁들여진다. 오늘 만들어진 맥주를 마시러 제주도에서 축제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축제는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사랑도 받고 있었다. 이는 지역 축제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민의 마음까지 잡아야 한다. 실제 올해 행사가 열린 전주대 대운동장에는 강의를 마친 대학생들이 먼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행사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도 크다. 택시 기사에게 ‘가맥축제 보러 전주에 왔다’고 하니 가맥의 역사를 읊어준다. 지역민들이 좋아하는 진짜 맛집도 친절히 귀띔해준다.
기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전북도청 2청사 앞의 ‘전일슈퍼’가 시초다. 도청 직원들이 퇴근을 앞둔 5시면 가게에 판을 키워서 맥주 상을 차쳤다. 당시 전일슈퍼는 마른 황태, 마른 갑오징어를 내놨는데 이 자체보다 찍어 먹는 소스가 입소문을 탔다고. 마요네즈에 간장 넣고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소스가 명물이 됐다.
슈퍼에서 사 먹는 저렴한 맥주에 맛있는 안주가 곁들여지니 자연스레 인기를 끌었다. 한옥마을이 성장하면서 전일슈퍼가 입소문을 타고, 가맥 자체가 크게 떴다. 이같은 가맥 맛집들이 한자리에 모인 게 ‘전주가맥축제’다. 매년 축제에 참가하다 폭염이 우려돼 한회 쉬었다는 한 상인은 ‘내년엔 꼭 다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축제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이는 하이트진로의 역할이 크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부터 전주가맥축제의 특별 후원사로 함께하는 중이다. 지역을 활성화하고 축제가 지속되도록 힘을 보태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날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축제다. 이 자체가 강력한 콘텐츠가 된다. 여기에 지역 콘텐츠가 합쳐졌다. 신선한 맥주를 ‘전주 가맥 스타일’로 얼음바구니에 넣어 차게 만든다. ‘맥주연못’에서 가져온 시원한 맥주에 마른 안주를 곁들이는 것 자체가 여름 밤이 낭만이 된다.

이뿐 아니다. 지역 대학생들 사이에서 하이트진로가 운영하는 ‘가맥지기’는 20대 시절 꼭 해보고 싶은 인기 대외활동이자 ‘스펙’이 된다. 지역민 활성화는 물론 청년층에게도 기회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볼거리에 할 거리도 많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보기 드문 진짜 축제의 장이다. 우선 가맥축제의 시그니처 맥주 병뚜껑 대회가 시선을 모은다. 삽, 정수기 물통, 심지어 행주로 맥주병 뚜껑을 따는 장면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하이트진로는 소맥자격증 발급부스, 인스턴트 타투 부스를 운영해 활기를 더한다.



현장에서는 3040세대가 20대 시절 듣던 음악부터 최신곡까지 두루 나온다. 흥이 넘치는 손님들은 편하게 춤을 추며 분위기를 즐긴다. 소주는 판매하지 않아 ‘만취 고객’은 보기 어렵다. 여름밤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낭만의 취기만 채워져 있다. 축제 둘째날인 지난 8일, 오후 9시 56분 맥주는 고작 100병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지역 축제의 성패는 민관협력에 달려 있다. 지자체가 지역 고유의 문화를 살리고 주민과 관광객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이 안정적인 후원과 운영 경험을 제공해야 축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
공공의 기획과 민간의 실행력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축제는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지속가능한 동력으로 자리 잡는다. 전주가맥축제는 이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꾸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정희원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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