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년 만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방한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발간한 그의 신간 ‘키메라의 땅’은 인류가 스스로의 과오로 인해 자멸하다시피 한 지구 위에 유전자 실험의 결과물인 키메라들이 새로운 지배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역사, 철학, 생물학, 유전공학, 그리고 모험이 한데 얽힌 ‘키메라의 땅’은, 인류의 생존 위기에 대비해 탁월한 적응력의 혼종 인류를 만들어 내려는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의 위태로운 연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가 우여곡절 끝에 탄생시킨 키메라 3종족이 지구상에서 구인류와 연대하고 또 갈등하며 겪는 적응기가 웅장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이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 저에게 한국 방문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며 “한국은 제2의 조국과도 같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한국을 방문할 때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에너지를 느낀다”고 한국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에 한 가지 굉장한 장점이 있다면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과 관심”이라며 “대학을 방문했을 때 젊은 학생들이 미래를 향한 열정과 창조에 몰두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컬처에 대해 그는 “한국인들은 탁월한 교육 때문에 성공했다”며 “한국인들이 아이를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고 한국인들이 겪는 희생을 안다.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힘들게 경쟁하는 것을 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예술적인 분야에서 훌륭한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한국은 천연자원은 없지만 인적자원이 있다. 영화에서든 음악에서든 한국은 굉장히 창의적인 예술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재능을 알아보고 있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의 책에 대해 “작가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인류를 위해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인지 사유하는 것이다. 대부분 작품에서 저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인류의 해결책을 찾는다”며 “저의 책은 대부분 SF적이고 굉장히 종말론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많은 SF소설이 우리에게 어떤 해결책도 없어보이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작품은 디스토피아보다는 유토피아를 향한다”며 “‘키메라의 땅’에서 인간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결책으로 고안한 것은 신체적인 형태를 바꾸는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같은 구상의 배경을 두고 작가는 “자연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며 “개미를 예로 들자면 1만 2000여종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단 한 종뿐이다. 단일한 종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약하게 한다. 코로나 사태처럼 전염병 위기를 맞으면 우리는 매우 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책의 주인공 알리스 카메러는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서 인간을 다양화시키려 한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키메라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땅을 파고 지하에서 생활할 수 있는 키메라 ‘디거’, 그리고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물속에서 유영하며 살아갈 수 있는 키메라 ‘노틱’까지 총 3종의 인류를 만들어낸다. 지진이나 쓰나미, 지구 온난화에 각각 대응할 수 있는 혼종들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떻게 보면 놀랍고 정신나간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소재지만 인간의 유전자와 동물의 유전자를 혼합해서 혼종을 만들려는 연구는 이미 있어왔다. 인간과 돼지의 유전자를 섞어서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밝혔다.
알리스 카메러의 이름은 실제로 있었던 생물학자의 성을 따왔다. 작가는 “그에게 알리스 카메러라는 후손이 있다고 상상했고 저의 작품은 실제 과학적 사실과 SF사이에서 가교를 형성했다. 책 속에서 저는 실제 현실에 있었던 과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했다. 우리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에게 중요한 건 독자들이 책을 읽기 전에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다. 독자가 단지 즐거움만을 위해서 책을 읽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 몰랐던 걸 새로 알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언제나 독자의 상상력보다 앞서나가야 한다”고 책을 쓸 때 자신의 소신을 강조했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당연히 이 장면 다음에 이런 얘기가 이어지겠구나 상상을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것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책을 쓸 때 저는 완전히 책 속 세계에 빠져든다. 독자가 완전한 몰입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저 역시 완전한 몰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이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들, 우리 주변에 현실적인 일들을 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쓴다는 직업의 본질은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는 독서를 통해 현명해진다. 독자들이 제 책을 읽지 않은 독자보다 더 총명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모든 작품에서 저는 어떤 일이 있든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맞게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가 미소짓게 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는다는 건 슬픔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이다. 독서는 즐거움의 행위다. 제 책이 웃음을 선사하길 바란다. 책에 나오는 혼종들이 하는 행동으로 매우 즐거워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간 발매와 더불어 그는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클래식 내레이션 콘서트 ‘키메라의 시대’에 직접 내레이션으로 참여한다. 직접 작품 해설자로 무대에 올라 문학과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는 “상상력을 위해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쓴다. 특히 날아다니는 인간이 나오는 대목을 쓰면서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건 영화적인 작업”이라며 이번 공연을 두고 “책과 음악 공연이 동시적으로 이뤄져서 만족스럽다. 무대 경험에 대해 기대가 크고 흥분한 상태다. 이런 식의 책과 오케스트라의 협연적인 공연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저 또한 음악을 들으면서 집필하니까 오케스트라가 자연스럽게 저의 작품세계를 연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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