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번이랑 22번은 나중에라도 KBL에서 뛸까? 보고 싶은데….”
겨울 스포츠의 꽃 프로농구, 한여름 휴식기에 갑자기 열풍이 불었다. 최근 막을 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종 성적은 6위였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과 뜨거운 열정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에이스로 공수에서 모두 힘을 쏟아낸 이현중(나가사키 벨카)과 여준석(시애틀대)이 빛났다. 한국 농구의 ‘새로운 황금세대’라는 희망을 띄웠다.
농구계 현장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두 선수의 클래스는 확실히 다르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특히 스타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농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다만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두 선수가 KBL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국적 선수가 KBL 구단에 입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첫해 연봉은 최대 1억2000만원으로 제한된다. 해외에서 활약하며 검증을 마친 선수라도 예외는 없다. 이현중, 여준석도 마찬가지다.

이현중은 이미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G리그), 호주 리그(NBL)를 거쳐 일본 리그(B.리그)로 향한다. 새 시즌을 앞두고 나가사키 벨카와 억대 연봉에 사인했다. 일본 리그 연봉 톱10 안에 드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준석은 지난 4월 시애틀대로 편입,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실력과 스타성은 이미 입증됐다. 고려대 시절 여준석은 인기가 낮은 대학 무대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그가 경기에 출전하는 날이면 경기장이 가득 찼다. 현실적으로 둘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역시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지만, 예외 케이스를 두기도 한다. 김병현, 추신수 등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향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검증받은 선수들의 국내 복귀를 대비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예외적으로 해외파 특별지명 회의를 열었고, 추첨으로 순번을 정해 각 선수를 지명했다. 김병현은 2012년 총액 16억원에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었고, 추신수도 2021년 연봉 27억원에 SSG에 입단하며 KBO리그로 복귀했다. 박찬호(전 한화) 역시 이러한 예외적 특별 규정을 적용해 국내 무대를 밟은 뒤 은퇴했다. 최희섭(전 KIA), 송승준(전 롯데)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모이기도 했다.
KBL 역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당장 규정을 뜯어고치자는 이야기도 또 특정 선수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새로운 유망주가 등장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뒤, KBL을 선택할 수 있도록 미리 기틀을 다져놔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독립선언서 작성자이자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가져본 적 없는 무언가를 원한다면, 해본 적 없는 일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낯설고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의미다. ‘스타 없는 리그’라는 낡은 고민에 발목 잡히기 전에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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