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과 K-콘텐츠의 미래] 빌보드 1위부터 국중박 오픈런까지…문화계 삼킨 ‘케데헌’ 열풍

케데헌 OST '골든', 美 빌보드 핫100 1위
K-굿즈 열풍에 국립중앙박물관도 '오픈런'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인 가상 걸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마이소울샵에 마련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의 서울굿즈존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전 세계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뜨겁다. 케데헌은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다. 악령을 물리치는 헌트릭스가 경쟁 그룹 사자보이즈의 정체를 알고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한 편의 뮤지컬 영화를 보듯 음악과 서사가 조화를 이룬다.

 

 18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데헌은 7월 집계 결과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에 올랐다. 글로벌 영화 부문에서는 종전 2위였던 캐리온(1억7120만 시간)을 따돌리며 역대 흥행 기록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청 수는 1억8460만으로 레드 노티스(2억3090만)에 이어 두 번째다.

 

 ◆K-팝 빌보드 1위, 헌트릭스가 해냈다

 

 작품의 인기는 고스란히 OST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극 중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발매 직후부터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7주차인 지난 16일 자 빌보드 메인싱글 차트인 핫100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K-팝으로는 2년 만에 핫100 정상에 오른 곡이자 K-팝 걸그룹이 부른 첫 1위 곡이 됐다. 뿐만 아니라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에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13년 만에 K-팝 곡으로 정상에 올랐다.

 

 5년 전인 2020년 8월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연 빌보드 핫100 1위 기록은 방탄소년단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여섯 차례의 그룹 곡, 두 차례의 솔로(지민·정국) 곡으로 K-팝 유일의 빌보드 1위 가수였던 방탄소년단에 이어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가 이름을 올린 셈이다.

 

 골든 뿐 아니라 OST에 수록된 다른 곡들도 흥행 돌풍을 함께 이끌고 있다.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 소다 팝(Soda Pop), 그룹 트와이스가 부른 테이크다운(Take Down), 스트래티지(Strategy)까지 줄줄이 상위권에 차트인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배급사인 넷플릭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영화의 OST와 퍼포먼스를 관객이 극장에서 직접 따라부르며 즐길 수 있는 싱어롱 상영회까지 예고했다. 오는 23∼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약 300여개 극장에서 열리는 해당 이벤트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효자 K-콘텐츠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더할 나위 없는 효자 국가다. 오징어게임 시리즈 3연속 홈런에 이어 K-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예상치 못한 인기까지 쓸어담았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케데헌의 성공 요인을 음악과 대중문화의 조화로운 융합으로 꼽으며 속편 혹은 프랜차이즈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전 세계 시청자는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시즌2 전개에 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매기 강 감독은 서태지와 H.O.T.등 한국의 1세대 아이돌 노래를 즐기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K-팝과 팬덤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유다. 여기에 OST 프로듀서와 안무가는 대부분 한국계 K-팝 종사자로 이뤄졌다. 국내 시청자에게도 익숙한 안효섭(진우), 김윤진(셀린), 이병헌(귀마) 등이 성우를 맡았고 음악과 안무 작업은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진과 리정이 각각 참여했다. 엑소의 럽 미 라잇(Love Me Right), 멜로망스의 사랑인가봐 등 때마다 등장하는 한국 노래도 반갑다.

 

 골든 가창자도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EJAE), 래퍼 겸 싱어송라이터 레이 아미(REI AMI)는 서울 출신이고, 미라 역의 가수 오드리 누나는 미국 뉴저지 출신이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에서 관람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제공

◆박물관 인기 고공행진…케데헌 효과 톡톡

 

 케데헌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결합했다. 사자보이즈 진우, 더피(호랑이), 서씨(까치)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상황과 적절한 등장 및 퇴장을 통해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자보이즈는 검정 갓과 도포를 착용하고 한옥과 궁궐은 한국적 공간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재해석한다. 호랑이와 까치는 한국 전통 민화(작호도)에서 착안해 탄생한 소재로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캐릭터와 팬덤이 인기를 끌자 넷플릭스는 공식 굿즈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식 굿즈는 투박한 상품 디자인으로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들의 관심은 진짜 K-굿즈로 향했다. 케데헌의 인기가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 수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자는 약 69만명으로 전년 동월(약 33만명)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박물관 개관 이래 단일 월 최다 방문 기록이다. 외국인 방문객도 2만5760명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품 속 캐릭터와 각종 전통 소품의 원조인 박물관 굿즈(뮷즈)에서 케데헌을 떠올리며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뮷즈 매출액은 약 1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4% 증가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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