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어 마이 소다 팝, 마이 리틀 소다 팝∼”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헌트릭스의 아성을 위협하며 등장을 알린 소다 팝(Soda Pop)의 한 구절이다. 글로벌 음원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골든(Golden)이 빌보드 핫100 1위를 거머쥔 데 이어 소다 팝의 순위도 매주 상승하며 인기 롱런을 예고하고 있다.
학창시절 한국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한 매기 강 감독은 방학마다 서울에 방문해 당시 인기 그룹의 음반과 포스터 등을 구매할 정도의 K-팝 덕후였다. 직접 경험한 K-팝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제작진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현세대를 대표하는 그룹뿐 아니라 H.O.T., 서태지와 아이들 등의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을 모두 참고해 캐릭터와 퍼포먼스를 구성했다.
국내 작곡진과 안무가가 케데헌 프로젝트에 합류한 시기는 약 3년 전이다. 곡을 만든 빈스, 안무를 구성한 리정을 만나 케데헌의 작업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밝게 더 밝게…청량한 ‘소다 팝’ 탄생 비화
케데헌 주요 곡들은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로 거론되며 세계 음악 차트를 휩쓸고 있다. 곡 작업을 끝낸 지 1년여가 지났다. 소다 팝과 유어 아이돌 등 케데헌 OST 작곡에 참여한 빈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작업을 끝내고 잊고 있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큰 선물로 다가왔다. 감회가 남다르다”고 돌아봤다.
곡 작업에서 특별했던 이는 사자보이즈였다. 가상의 데몬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설정부터가 신기했다. 빈스는 “사자보이즈라는 이름을 처음 듣고 살짝 어려웠다”면서 “다행히 스케치를 일찍 보내주셔서 노래가 들어가는 장면들을 상상하며 곡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K-팝만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밝은 곡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에 7년 전 스케치해 둔 데모곡이 떠올랐다. 빈스가 홀로 작업한 아이스크림이라는 곡이 지금 전 세계가 따라 부르는 소다 팝으로 발전했다. 원곡이 탄생한 계절도 여름이었다. 여름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밝고 청량한 곡을 만들고자 했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
아티스트와 작업하면 음악적인 고집을 부릴 때도 있지만 영화 OST 작업이다 보니 제작사의 피드백에 맞춰 수정을 거듭했다. “더 밝아야 한다”는 주문에 밝게, 더 밝게 진화를 거쳤다. 빈스는 “K-팝은 기존 팝 음악보다 신(Scene)체인지가 많고 흐름이 바뀌는 구간이 많다. 흐름의 전환과 그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K-팝적 요소를 가미했다. 한국어 가사도 최대한 넣고자 했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영화가 가진 서사에 극의 완성도, 애니메이션 OST의 갈증에 K-팝의 인기까지 어우러졌다. 빈스는 이 모든 것을 케데헌 OST 성공의 이유로 꼽았다.
케데헌을 보면 음악, 안무, 매니지먼트에 이르기까지 K-팝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실제 K-팝 신을 이끄는 프로듀서와 안무가, 가창자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빈스는 “해외 관계자들이 K-팝을 보며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영상미다. 비디오가 고급스럽고 화려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 패션, 영상까지 포장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판타지 세계관은 안무로 승화
리정은 힙합과 코레오그래피(choreography)에 강점을 가졌다. K-팝신에서 특화된 코레오그래피는 음악에 맞춰 창작한 안무를 의미한다. 댄서, 댄스팀에 따라 융합 장르의 독창적 짜임새를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코레오그래퍼(안무가)로 이름을 올린 크레딧을 본 국내 시청자가 먼저 리정을 알아챘다.
트와이스, 있지, 선미, 청하, 전소미,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NCT 드림 등 내로라하는 K-팝 가수들의 안무를 도맡았던 리정은 케데헌에서 헌트릭스의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과 사자 보이즈의 소다 팝 등 여러 안무 창작에 참여했다. ‘무조건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 건 K-팝 이해도가 풍부한 제작진과의 만남 이후였다. “마음껏 표현하며 꿈을 펼쳐라”라는 제작진의 주문에 화상으로 진행한 첫 미팅부터 확신을 얻었다. 또 신뢰할 수 있는 프로듀서진의 음악, K-팝에 대한 애정과 기획 의도를 듣고선 흥행을 예감했다. K-팝에 몸담고 있는 리정이 느끼기에도 제작진의 열정은 뜨거웠다.
안무가로서 리정이 가장 중시하는 건 음악과 첫 시작이다.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극 중 설정도 중요한 모티프가 됐다. 비행기에서 날아 무대에 착지하는 헌트릭스 설정에 주목해 지치지 않는 가상의 아이돌 안무를 창작했다. 또 리정이 “음악을 듣자마자 즉각 떠올랐다”고 밝힌 소다 팝의 어깨춤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샤이니 키 “K-팝의 인기, 입국 심사부터 달라져”
파스텔 톤의 스타일링, 상큼 청량한 콘셉트, 요즘은 좀처럼 볼 수 없는 5인조 구성까지 사자보이즈를 보면 떠오르는 그룹이 있다. 올해 데뷔 17주년을 맞은 그룹 샤이니다. 최근 키는 케데헌에 관해 “형형색색의 옷과 머리색, 안무, 홀수의 인원이 주는 안정감 등 아이코닉한 모습이 보이더라. 5인조 그룹을 K-팝스럽게 봐주셔서 영광이었다. 다만 우리는 전세기로 이동하지 않았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하나의 장르로 여겨졌던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주류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싸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으로 시작해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세대별 가수들의 체계화 된 현지 공략법의 성공으로 후배 가수들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2000년대 한류 전성기와 공존했던 샤이니 키는 “우리가 해외 활동에 주력하던 시절 K-팝은 선호하는 팬 안에서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어느 순간 팝과 경계가 사라지고 편견 없이 전 세계가 K-팝을 듣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팝의 K가 코리아지 않나. 전 세계가 들어주는 시대가 돼 기쁘다. 미국에서도 입국 심사 자체가 달라졌다. K-팝 가수라고 하면 심사관도 관심을 보인다”고 비교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았던 당시와 달리 각종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로 한국을 향한 문화적 관심이 폭넓게 상승했다고 몸소 체감한 변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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