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PS)에선 선발투수도 가능합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사흘이었다. 불펜 변신 후 첫 등판, 쓴맛을 봤지만 단 이틀 만에 생애 첫 세이브를 챙겼다. 그러나 우완 투수 소형준(KT)의 시선은 여전히 선발 마운드를 향한다. 부상 걱정을 떨쳐낸 ‘빅게임 피처’가 꿈꾸는 무대는 가을야구 선발 등판이다.
팔꿈치 수술 복귀 2년 차, 불펜으로 잠시 발길을 돌렸다. 소형준은 2023년 5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지난해 복귀는 불펜 역할을 수행했다. 올 시즌에서야 마침내 선발 옷을 입었다. 하지만 구단은 ‘130이닝’ 제한을 걸었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정한 원칙은 지켜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불안하지 않다”며 재확인한 바 있다.
소형준은 앞서 선발로 20경기 동안 7승5패 평균자책점 3.04(121⅓이닝 41자책점)를 기록했다. 이닝 제한에 따라 지난 15일 고척 키움전부터 불펜으로 던지고 있다. 첫 단추는 삐걱거렸다. 이날 키움에 맞서 8회 말 2-2 동점 상황에서 ⅔이닝 5실점했다.

이틀 뒤 같은 팀을 상대로 반전투를 선보였다. 17일 연장 10회 말 5-3 리드서 등판, 1이닝 퍼펙트 및 프로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경기 뒤 “(나는) 세이브 개수가 중요한 투수는 아니다. 앞으로 정해진 이닝 안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소형준의 마음은 여전히 선발 마운드에 있다. “가을야구에 가면 ‘선발로 던질 수 있다’고 (이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며 “진출이 확정되면 다시 의논해 볼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미 큰 무대에서 강심장을 증명해 왔다. PS 통산 8경기 등판,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1.48(30⅓이닝 5자책점)을 마크한 것. 어린 나이에도 빅게임 피처 칭호가 따라붙은 배경이다.
팔꿈치 수술 직후 불안감도 있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100%라는 느낌이 아니어서 걱정이 조금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며 점차 자신감을 되찾았다. 때마침 같은 병원에서 같은 수술을 받은 동료 투수 배제성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둘이 매일같이 팔꿈치 얘기를 주고받는다는 후문이다. 서로를 북돋는다. 이른바 ‘수술 메이트’다. 그는 “나도 그렇고 (배)제성이 형도 늘 하는 얘기가 있다. 무리하지 말고, 안 좋으면 쉬어야 하고, 언젠가는 분명 괜찮아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라고 활짝 미소 지었다.
지금은 후련하다. 소형준은 “이젠 불안하지 않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수술 이후 몸을 관리하는 습관도 달라졌다. 그는 “일상생활서 수술했던 오른팔을 편하게 두려고 의식하는 편이다. 피로감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형준은 “선발로 복귀하는 첫 해라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도록 조절해 주신 부분이 제 앞날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올해 이렇게 관리 속에 던졌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계속해서 선발투수에 머물고 있다. 만일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대화가 필요할 전망이다. 소형준은 “몸 상태도 좋고, (팀이) 잘 조절해 주시고 있다”며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이라도 괜찮다. (선발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