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韓스포츠④] 첫 올림픽 단복은 1948년 런던 대회… 태극기·한복·고려청자 모티브로

1948년 런던 올림픽 당시 한국대표팀 고문 자격으로 참가했던 이원순 씨가 입었던 단복. 사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2024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단복. 사진=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1945년 광복, 그로부터 딱 3년 후 한국 체육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이 탄생한다. 1948 런던 하계 올림픽, 당시 임원 15명과 선수 52명으로 구성된 한국 선수단은 역사상 처음으로 태극기를 손에 쥐고 글로벌 국제 대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이 일장기를 애써 숨겨가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던 그 아픔을 간직한 채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올림픽에서 단복과 유니폼에 처음 단 태극마크는 단순한 국가 표시가 아니었다. 광복의 기쁨을 한땀한땀 새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저항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모두 담아 올림픽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흘렀다. 한국체육사의 변화, 올림픽 단복 디자인의 변천사에 그대로 담겨있다.

 

1988 서울 올림픽 단복.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단복.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복.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1948 런던 하계 올림픽 단복은 청색 더블브레스트 재킷(재킷 한쪽이 다른 쪽을 덮는 형태)에 회색 바지로 구성했고, 왼쪽 가슴에는 ‘KOREA’라는 글자와 태극 문양, 오륜기가 어우러진 휘장을 달았다. 당시 한국 선수단 고문 자격으로 참가했던 이원순 씨가 입었던 단복 딱 한 벌만 현재 남아 있다. 이 단복은 1992년 국가 등록 문화유산(문화재)으로 지정됐다.

 

 한국의 올림픽 단복은 전통적으로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전통적으로 파란색과 하얀색, 검은색을 주로 썼다. 1952 헬싱키, 1956 멜버른, 1960 로마 올림픽 단복은 감색(어두운 남색) 상의와 회색 하의 정장으로 구성했다. 1964 도쿄, 1968 멕시코 올림픽 단복은 짙은 청색 상의에 흰색 바지 정장을 입었다.

 

단복에 대대적인 첫 변화가 일어난 건 1972년 뮌헨 올림픽 때였다. 황금색 느낌의 베이지색 상·하의를 입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자 당시 김택수 대한체육회장이 색상 변경을 지시했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더욱 화사한 노란색 상·하의를 입었다. 덕분에 이 대회에서 레슬링 양정모가 한국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단복 변화의 한 획을 그은 것은 2012년 런던올림픽이었다. 한국 선수단에게는 의미가 담긴 대회였다. 이에 단복 디자인의 콘셉트도 ‘영광 재현 1948’로 잡았다. 태극기가 처음 등장했던 그 때의 의미를 담아 태극 문양과 단청을 모티브로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단복을 선보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복.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2012 런던 올림픽 단복.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단복 디자인은 시대가 흐를수록 빠르게 변화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한복의 동정(저고리의 깃 위에 덧대는 흰색 천)을 모티브로 삼았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고려청자와 백자가 모티브였다. 가장 최근 대회인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벽청색을 활용한 벨티드 수트 셋업(자켓과 바지가 한 벌로 구성된 수트)을 선보였다. 동쪽이라는 상징성과 진취적인 벽청색을 단복에 담아냈다. 다양한 국가의 선수단 사이에서 한국 대표팀이 푸르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단복은 조금씩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 왔다. 딱 한 가지만 빼고서다. 왼쪽 가슴에 달린 태극마크는 80년 동안 한결같았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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