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겸 작가 박기웅이 개인전 ‘퓨처 슈퍼히어로(Future Superhero)’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작품 발표를 넘어 예술가가 개인적 상실을 어떻게 창작 동력으로 승화시키는지 보여준다.
“미래에 나는 슈퍼히어로가 되어있을 거야.” 어린 시절 박기웅이 품었던 순진한 확신은 시간이 흘러 전시의 메인 이미지가 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기웅은 “이번 작업은 그 믿음이 누군가에게 용기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슈퍼히어로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희미한 믿음 속에서도 끝내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내면을 향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형태로 구현된 그림과 조형물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천천히 걸으며 작품들을 마주하면 각각의 작품은 희망과 절망, 성장과 좌절이 교차하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담고 있음이 느껴진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온 배우로서의 경험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이 껴진다.


박기웅은 그간 빌런 시리즈를 통해 극의 조력자적 위치에 놓인 악역의 감정과 서사를 회화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빌런 캐릭터에 대한 재해석, 핸드 페인팅 등 기존 작업 방식에 더해 실크스크린, 조각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영웅의 의미를 풀어낸다.
사실 이번 전시에는 남다른 이야가 담겨있다. 지난 6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늘의 별이 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다. 박기웅에게 아버지는 인생의 진정한 슈퍼히어로였다. 남다른 아이디어와 손재주를 가진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조형물을 기획하고 제작하며 개최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완성된 전시를 보지 못하셨다.

그럼에도 전시를 포기하지 않았다. 박기웅은 SNS를 통해 “갤러리 측에서 조심스럽게 전시 연기를 제안해 주셨지만 어머니와 삼우제를 치르던 그 순간 문득 아버지라면 전시를 강행하라고 하셨을 것 같았다”며 “아버지는 약속을 가장 소중히 여기던 분이었다. 마치 그 약속을 꼭 지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가장 깊은 슬픔의 순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창작의 DNA를 더욱 단단히 움켜쥐었다. 예술가에게 아픔은 때로 가장 강력한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박기웅이 제시하는 미래의 슈퍼히어로는 결국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완벽한 능력을 갖춘 존재가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아파해도 다시 웃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인간 말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 개인의 성장이면서 동시에 관람객 각자에게 용기를 건네는 따뜻한 손길로 다가온다.
배우 겸 작가, 인간 박기웅의 이야기가 담겼다. 서울 용산구 화이트스톤 갤러리에서 24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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