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이 1주년을 맞이했다. 정부는 그동안 개 사육농장의 70%가 폐업했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문을 닫은 사육농장에서 지내던 개들은 대부분 식용견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식용종식법 시행 1년 만에 전체 개 사육농장(1537호) 중 약 70%(1072호)가 폐업했다고 14일 밝혔다. 부처 측은 “당초 계획보다 폐업 농장 수가 많다. 법 시행으로 개 식용 종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했고 조기 폐업 유인을 위한정책 효과와 함께 계절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며 “올해까지 전체 농장의 75% 이상 폐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개 사육농장의 폐업 비중과 더불어 해당 농장들에서 사육되던 개(잔여견)들의 숫자도 전했다. 약 34만6000마리로, 1년 전 부처가 파악한 전체 개 사육농장(46만8000마리) 사육견의 74%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들의 행방이다. 최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올해 6월 기준자료에 따르면 개식용종식법 시행 후 폐업 농장이 소유권을 포기한 개들 중 동물보호단체에 입양되거나 반려견·경비견으로 전환된 경우는 455마리에 그쳤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입양한 사례는 아예 없었다.
천 의원실은 개식용종식법 시행 후 식용견도축장(9.5%) 유통업체(1.2%) 식품접객업체(1.1%) 전·폐업률이 저조한 점을 들어 사실상 잔여견의 대부분이 도축장에 판매된 것으로 추정했다. 개 사육농장이 문을 닫았지만 정작 그곳의 개들은 식용견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못한 셈이다. 오히려 더 일찍 목숨을 잃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천 의원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동물보호는커녕 잔여견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개농장 폐업 후에도 사육과 도살이 이어지지 않도록 시설을 신속히 철거하고, 남겨진 개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농장주가 사육을 포기하거나 폐업 후 시설에 방치된 동물이 있을 경우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인도적인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물자유연대는 “농장이 폐업하며 산업이 축소되자 이를 악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중대형 규모 농장의 꼼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단계적 폐업 계획을 제출해 점진적 축소를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소규모 농장에 개를 위탁해 분산 사육함으로써 계획을 이행하는 것처럼 속이는 편법”이라고 지적하며 단계적 폐업을 신고한 중대형 농장이 실제로 규모를 줄이고 있는지 엄격하고 빈틈없는 관리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식용종식법에 따른 종식 유예 기간은 2027년 2월이다. 농식품부는 유예 기간이 끝나는대로 지자체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식용 목적의 개 도살 또는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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