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서라도…”
지난달 31일. 프로야구 한화는 깜짝 트레이드 소식을 전했다. 2026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3억원을 건네고 외야수 손아섭을 품었다. 마감시한을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그만큼 기민하게 움직였다. 손아섭은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다. 팀 타선을 강화하는 동시에 리드오프 고민을 해결해줄 적임자라 판단했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평가 받았다.
진가를 확인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옆구리 통증으로 잠시 재활 중이었던 상황. 지난 7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전격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말소될 때(7월 24일)만 하더라도 NC 소속이었지만, 돌아올 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날 대타로 한 타석 소화하며 감각을 조율한 뒤 8일부터 본격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치며 신바람을 냈다.
펄펄 난다. 특히 10일 잠실 LG전에서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1번 및 지명타자로 나서 3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마크했다.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7회 초 선보인 손아섭표 홈 슬라이딩은 가히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사서 3루 주자였던 손아섭은 문현빈의 1루수 앞 땅볼 과정서 홈을 파고들었다. LG의 송구가 워낙 정확한 탓에 쉽지 않았다. 손아섭은 왼팔을 살짝 접는 기지를 발휘해 상대 포수 박동원의 태그를 가까스로 피했다.

베테랑이라고 해서 심적인 요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손아섭은 “스타팅으로 나서면서 팀이 2연패에 빠졌다. 생각보다 훨씬 더 부담스럽더라. 마음의 짐이 좀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FA 이적도 해봤지만 부담은 이번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마저도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과제였다. 손아섭은 “경기 전 명상을 하는 등 최대한 멘탈을 컨트롤하려 노력 중이다. 팬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재밌게 하고 있다”고 끄덕였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손아섭 역시 생각을 바꿨다. “나를 필요로 해서 한화와 김경문 감독님이 영입해주시지 않았나. 어느 팀이든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이겨내 보도록 하겠다”고 웃었다. 새로운 팀에 완벽히 녹아 든다. 손아섭은 “(한화에 와 보니)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더라. 너무 잘 돼 있어서 놀랐다”면서 “(류)현진이형, (이)재원이형 등 선배들이 계셔서 적응하는 데 수월했다. 친한 후배도 많다. 팀 분위기에 대한 적응은 다 끝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즌이 될 수 있다. 20년 가까이 프로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2007년 데뷔), 손아섭은 아직까지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은 기억이 없다. 한화는 12일 기준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올해, 오랜 꿈을 이룰 지 모른다. 손아섭은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KS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 “안될 때는 1승도 참 힘들지 않나. 지금은 한화가 잘 영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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