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이 되겠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포효한다.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서 2승1패를 마크, 호주(3승)에 이어 A조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FIBA 랭킹 53위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호주(7위)에겐 패했지만(61-97), 카타르(87위·97-83)와 레바논(29위·97-86)을 연거푸 꺾으며 8강 진출전에 올랐다. 안준호 대표팀 감독은 “죽음의 조에서 탈출했다. 앞으로도 한국 남자농구만이 가지고 있는 컬러로 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어두웠다.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다고 봤다. 무엇보다 높이에서의 열세가 크게 느껴졌다. 한국은 2018년부터 2024년 초반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던 라건아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귀화 선수를 찾지 못했다. 여러 선수를 접촉했지만 조건을 맞추는 과정서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FIBA는 “김종규와 이현중이 이끄는 한국은 라건아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쉽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변의 박한 평가.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단점을 바라보기보다는, 강점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해외파 듀오’ 이현중(나가사키)과 여준석(시애틀대)이 가세한 부분이 크다. 유기상, 양준석(이상 LG), 이정현(소노) 등과 함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20대 젊은 피들의 패기는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충분했다. 이른바 ‘황금세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대회를 겨냥해 진행한 일본,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도 4전 전승을 거두며 기세를 높였다.
‘원 팀 코리아’는 강했다. 각종 악재 속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11일 레바논전이 대표적이다. 레바논은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다. 세계랭킹만 보더라도 차이가 꽤 크다. 피지컬이 뛰어난 데다 개개인의 기량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바논의 에이스 와엘 아락지가 어깨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한국 역시 여준석과 이정현이 무릎 통증으로 뛰지 못했다. 공격적인 외곽 슛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3점 슛 22개가 림을 통과했다. 성공률도 57.9%(22/38)로 높았다.

특정 한 명에게 기대지 않는, 조직적인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이날 한국은 10명의 선수를 고르게 기용했다. 이현중(28득점)과 유기상(28득점)이 3점 슛 15개를 합작했으며, 양준석도 10득점 8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속도를 가미한,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코트 위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이현중은 “부상 이슈로 많은 분들이 전력에서 열세라 생각했을 것이다. 12명 모두 뽑힌 이유가 있다.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전은 계속된다. 한국은 2017년(3위) 이후 8년 만에 메달을 겨냥한다. 다음 상대는 B조 2위인 괌이다. 12일 8강 진출권을 놓고 다툰다. 승리하면 C조 1위 중국을 상대하게 된다. 이번 대회는 특히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의 재도약 가능성을 가늠할 기회로 여겨진다. 2023년 개최된 ‘2022 항저우 AG’서 역대 최저인 7위에 그쳤기에 더욱 간절하다. 안 감독은 “남은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전설이 돼 돌아가겠다”고 결연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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