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조심스럽고 싶지 않아요”…진짜 전소미의 ‘CLOSER’

솔로 가수 전소미의 응축된 개성이 폭발한다. 

 

오늘(11일) 오후 6시 공개되는 전소미의 두 번째 EP ‘Chaotic&Confused’은 앨범명 그대로 자신을 둘러싼 혼돈과 고민, 내적 갈등을 고스란히 풀어낸 애럼이다. 가수 전소미의 솔직한 고백이자 성장기이기도 하다. 

 

지난 7일 컴백을 앞두고 만난 전소미는 “오랫동안 노력해서 준비한 결과물이 나와 속 시원하고 상쾌하다”며 쿨한 소감을 밝혔다. 신보에는 선공개된 ‘엑스트라(EXTRA)’와 타이틀곡 ‘클로저(CLOSER)’를 포함해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Escapade'와 'DELU'에는 전소미가 작사·작곡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녹였다. 

◆‘클로저’, 혼돈과 혼란 속에서

 

‘클로저(CLOSER)’를 통해 스터터 하우스(Stutter House)라는 장르적 도전에 나서 눈길을 끈다. 독특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심오한 영상미는 제작자의 의도를 고민하게 한다. 전소미는 “가사는 재미있고 신나는 댄스곡에 걸맞는데, 뮤직비디오엔 깊은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나르시즘을 주제로 스스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증오심이 생긴 주인공의 감정을 보여준다. “나를 너무 사랑하고, 타인도 나를 우러러보고 갖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무서워한다. 아름다운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증오의 감정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고 해석했다. ‘콜 미 어 뷰티풀 걸(Call me a beautiful girl)’이라고 말하는 전소미의 얼굴엔 곰팡이가 껴 있다. 중의적인 의미를 두고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전소미는 “내가 표현하고자 한 나르시즘을 ‘클로저’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나를 싫어하면서 사랑한다. 동시에 나를 보여주는 직업이다 보니 딱 표현이 되더라”라고 설명했다. 솔로 가수 전소미이자 20대 중반이 되어가는 인간 전소미로서 긴 혼돈과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감정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데뷔 이후 솔로 앨범을 만들면서 곡 작업과 뮤직비디오 등의 콘텐츠에도 모두 의견을 보탰다. 그는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이니까 노래가 가진 의미나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한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엑스트라’와 ‘클로저’가 그 작업의 결과물”이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클로저’는 Sean Kingston의 ‘뷰티풀 걸즈(Beautiful Girls)’를 샘플링해서 스터터 하우스 스타일로 만든 곡이다. 관능적 무드와 웅장한 사운드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샘플링을 택한 이유를 묻자 전소미는 “노래가 너무 좋았다. 워낙 유명한 원곡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 동시에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며 “나만의 스타일로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솔로로 정식 데뷔한 전소미는 ‘덤덤’, ‘XOXO’ 등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입지를 굳혔다. 2023년 발표한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는 잊혀 가던 테크토닉 붐을 다시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다. 댄스 퍼포먼스로 자신의 색을 보여준 전소미가 이번엔 전통 하우스 장르로 한 단계 깊이 있는 도전에 나선다. 전소미는 “앨범 준비 당시의 상황이 앨범에 묻어나는 편이다. 이미 머릿속에 너무 많은 말이 남아 있어서 남의 말을 못 듣겠더라. 가사 없이 기계음만 있는 테크노, 하우스, 기계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곡이 나왔다”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가장 나중에 정해졌다. 녹음하고 ‘타이틀감’이라 생각되는 곡들을 수록하다 보면 결국 최애 곡이 바뀌면서 최후의 곡이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다가온다. 기계적으로 타이틀곡을 정해두고 앨범을 준비하지 않는다. 뚜렷한 컴백 시기조차 정해두지 않고 말 그대로 당시의 감정을 느끼며 작업을 거듭한다. 그때 마주한 상황과 감정이 곡에 스며든다. 전소미는 “컴백이 언제일지 모르니 계속 컨디션 조절을 하게 된다. 그래서 누굴 원망하거나 탓할 수도 없다. 나오는 노래마다 후회 없을 정도로 나를 표현한 곡들이 나오는 이유”라고 강조하며 “이번 앨범은 진짜 내가 담겼다”고 자신했다.

 

고민의 순간을 그대로 표현한 앨범인 만큼 이 앨범을 듣는 누군가의 고민도 시원하게 해소되길 바란다. “고민해도 되고 혼란스러워도 된다고, 나도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전소미는 “내 당당한 말로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위로를 받길 바란다”며 직설적인 가사를 감상 포인트로 꼽았다. 

◆스물넷의 10년 차 가수…경험이 당당함으로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시작해 2015년 그룹 트와이스 데뷔조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식스틴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데뷔의 고배를 마신 전소미는 또 한 번의 서바이벌 오디션 엠넷 프로듀스 101을 통해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초 10대를 떠올리면 그저 착한 학생이었다. “중학생이 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으냐”고 능청스럽게 답하며 “문제만 안 일으키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보며 “옛날 소미도 매력이 있지만 지금은 더 깊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시간이 알려준 배움들, 사회와 교우 관계를 통해 배운 것들을 체화해 진정성을 실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솔로로 데뷔하고 나서도 ‘서바이벌 정신’은 쉽게 떨쳐내기 어려웠다. 한계를 느낀 전소미는 “신선한 자극을 드리고 내가 느낀 걸 표현해 보고 싶었다”며 “지킬 건 지키면서 또 안 지킬 건 안 지키고 싶었다. 조금은 자극적이고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런 요소들이 예술성을 만드는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 타협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똑같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자를 택했다. 이제 ‘당당하면 무서울 게 없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혼돈 속에서 얻은 자유로움이다. 전소미는 “이제 오롯이 내 것을 만들고 있다. 확실히 알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확신에 가득 찬 대답을 내놨다. 

스물넷의 전소미. 그는 자신의 나이를 “소녀이지도 성숙한 여인이지도 않은 나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어리다 말할 수 있지만 데뷔 10년 차 전소미는 이미 경험도 성장도 ‘나이에 비해’ 많이 얻었다. 스물넷의 소녀와 10년 차 가수의 혼란이 이번 앨범에 담겼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다 해버릴래’ 싶어진다. 정돈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가도 정돈이 안 되니 막 해내고 싶기도 하다. 혼란의 연속”이라고 털어놨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고민 많은 시간을 거쳤다. 고민이 많을 때면 스스로 생각에 폭 잠기는 편이다. “남에게 조언을 구해봐야 지금 내 상황을 나보다 잘 이해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상대방의 시간과 에너지를 뺏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생각이 정리되면 프로듀서 오빠들을 찾아간다. (오빠들이) 딱 내 상황에 맞는 조언 해주신다. 새벽까지 떠들고 나면 며칠은 괜찮아진다”고 했다.

 

10대 중반 연예계에 뛰어들어 10년의 성장을 대중에게 오롯이 노출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모르는 순간도 있었다.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고자 했다. 어떻게 하면 한계를 깨어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걸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의 연속이다. 

 

혼란을 겪으며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확실해지면서 오래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예전엔 막연하게 ‘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다면 이제 표현하고자 하는 디테일이 생겼기 때문에 오래 활동하고 싶어졌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확신했다. 계속 음악으로 소통하면서 그 시기에 하는 생각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음악에 담고자 하는 바람이다. 

 

“오래 활동하는 선배님들을 보면 젊게 사시는 것 같아요.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규제하지 않고 살다 보니 하고 싶은 것도 계속 생기는 게 아닐까요. 지치지 않아야 진심으로 무대 할 수 있고, 그러려면 낭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너무 낭만만 따지면 안 되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상황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녹여내고 싶어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10년 차 전소미는 솔로 가수로서 어떻게 해야 자신이 빛날 수 있을지 알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고 싶지는 않다.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 선 안에서 조금 더 과감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나를 어떻게 꾸며야 예쁜지 알게 됐어요. 인생 다큐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제 모든 순간이 기록으로 남았죠. 매년 생일이 기록되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고, 사랑과 관심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오히려 기록되지 않는 모습은 모르겠어요. 그렇지 못한 순간을 부러워한 적도 없죠. 모든 순간이 기록된다 해도 문제없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어요. 계속 기록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전소미는 “‘덤덤’ 때는 솔로 가수의 입지를 단단하게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뭘 보여주고 싶은지 알게 됐다”며 “혼란을 느끼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싶은 대범한 마음으로 준비한 앨범이다.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면 정말 오래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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