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본고장의 화끈한 매운맛, 삼국지 속 유비가 터를 잡은 ‘촉나라’ 덕후들의 성지, 그리고 푸바오가 돌아간 판다의 도시.
올해 가볼 만한 특별한 여행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중국 청두(成都)를 추천한다. 이곳은 중국 서남부 쓰촨성의 성도이자 판다와 미식의 도시로 잘 알려졌다.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 직항 항공편으로 4시간 반 거리다.

청두는 기원전 4세기경부터 지금까지 ‘청두’라는 이름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이어왔다. 그만큼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의미다. 도시를 위협할 만한 대규모 전쟁이나 반란을 거의 겪지 않아 역사적으로도 ‘천부지국’으로 불렸다고. 그래서 그런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와 다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청두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이 2025년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 제임스 량 트립닷컴 회장이 전 세계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통 큰 여행’을 선물한 도시로도 유명하다.
당시 트립닷컴은 회사와 거래하는 전 세계 항공사, 여행사, 주요 호텔 관계자들과 청두로 향해 청두의 곳곳을 둘러봤다. 2년에 한번 열리는 청두 국제 무형문화유산 축제도 트립닷컴 그룹과 협력해 진행됐다.
전통과 현대의 정서가 곳곳에 어우러진 청두 여행 명소를 소개한다.

◆판다의 고향,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기지
청두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기지’로 향하자. 이곳 200마리의 판다들이 방문객을 맞아준다.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 청두는 판다의 도시로 불린다. 1869년 프랑스 선교사가 쓰촨성 산악지대에서 야생 판다를 처음 발견해서다. 현재 중국 전체 야생 판다 약 1900마리 중 72%가 쓰촨성에 살고 있다. 청두 권역에는 총 4곳의 판다 사육 기지가 있다.
관광객에게 추천할 만한 곳은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 연구기지다.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기지다. 1980년대 후반 6마리로 시작한 이곳은 현재 약 200마리 이상의 판다가 서식하는 대형 보호·연구 시설로 성장했다. 기지에서는 주로 판다의 번식을 돕고 판다의 생태와 행동 등에 대해 연구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푸바오는 청두에서 3시간 이상 거리의 워룽 선수핑기지에 있다.

이곳은 약 90만 평 규모로 청두에 있는 판다 기지 중 가장 크다. 넓은 부지를 효율적으로 보려면 관람 동선을 미리 짜거나, 기지 내 카트 투어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관람 팁. 판다는 아침에 활발히 움직이다 낮에는 대부분 누워서 휴식하는 습성이 있어 개장 직후 방문하는 ‘오픈런’이 유리하다. 한국에 푸바오가 있었다면 이곳에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판다 ‘화화’가 있다. 6번 판다 빌라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판다의 자연 서식지와 가장 흡사하게 만들어 놓은 방사형 우리에서 자유롭게 판다를 관찰할 수 있다. 처음엔 ‘한 기지에 200마리라니, 너무 많은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판다들은 대륙답게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양손 가득 대나무를 쥐고 먹방을 펼치고 나무에 걸쳐 잠을 자거나 벌러덩 드러누워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만 지켜봐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관람시간 제한도 없어 ‘판다멍’이 가능하다.
◆마라의 본고장, 청두에서 맛보는 얼얼한 매운맛
청두는 ‘마라의 본고장’이다. 이는 청두 특유의 흐리고 습한 날에서 비롯된 식문화라고 한다. 매운맛으로 체온을 높이고 몸속 습기를 몰아내는 ‘이열치열’의 지혜가 음식으로 탄생했다. 얼얼한 마라 요리를 먹으며 땀을 흘리고, 속이 개운해진다는 게 청두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라탕의 원조 격이 ‘마라훠궈’다. 팔팔 끓인 홍탕, 백탕에 고기, 육류 내장, 채소, 면 등을 데쳐 먹는 전통 쓰촨식 전골이다. 오리 내장 같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재료도 많다. 청두 사람들은 이 마라훠궈를 주 1~2회 즐긴다고. 현지에서는 ‘고기를 너무 푹 익히지 말라’고 조언한다.
샤브샤브하듯 데쳐내는 게 핵심이다. 매운 음식에 자신을 보이는 사람에게도 본토 마라는 꽤 강력하다. 식사 후 밀크티로 속을 달래는 게 필수인 이유다.

▲선녀가 물을 건너는 ‘마르고 매너 훠궈’
마라의 본고장답게 청두에는 로컬 스타일부터 파인 다이닝까지 다양한 훠궈 맛집이 많다. 대륙의 기상을 느끼고 싶다면? ‘마르고 매너 훠궈(Margo Manor Hot Pot)’로 향하자. 식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정원과 호수가 엄청난 스케일을 짐작케 한다. 심지어 선녀가 물 위를 걷는 화끈한 와이어 퍼포먼스까지 펼쳐진다.

▲모든 쓰촨음식 한자리에... 청두 사천요리 박물관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인 쓰촨 요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청두 사천요리 박물관’으로 향하자. ‘아시아 미식 도시’ 청두의 명성에 걸맞게 조성된 이곳은 중국 최초의 체험형 요리 박물관으로 청두시 외곽 북서쪽에 위치한다. 총면적은 2만7000㎡. 전시 관람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모두 즐기려면 최소 4~5시간은 필요하다.
전시관에는 전국시대(기원전 475~221년)에서부터 쓰인 사천요리의 식생활 용품 3000여 점을 갖췄다. 체험관으로 가면 더 흥미진진해진다. 전문가로부터 요리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 시식까지 가능하다.


하이라이트는 푸드코트 형태의 ‘음식 거리’다. 쓰촨식 딤섬, 면, 튀김, 훠궈, 볶음밥, 디저트가 한자리에서 기다린다. 꼭 먹어야 할 것은 전분 당면에 매콤달콤한 고추기름과 땅콩가루 등을 비벼 먹는 ‘쏸라펀’. 입장 후 무한 리필이 가능하니 처음엔 조금씩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고, 이후 좋아하는 음식으로 직진하자.

이 밖에 관람객은 판다 모양 딤섬 만들기, 요리 시연 등 쿠킹 클래스에도 참가할 수 있다. 박물관 한쪽에는 ‘부엌의 신’이자 사천성 민담 문화의 일부인 조왕신을 모신 공간도 있다. 쓰촨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며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헌신한다고. 이를 위해 부엌을 지켜주는 조왕신이 자리하게 됐다. 소원을 빌어도 좋다.


▲마파두부 원조집, ‘진마파두부’
쓰촨성에는 마파두부 원조집도 있다. 주인공은 ‘진마파두부’. 15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진마파두부의 원래 상호는 ‘진흥성판포(陳興盛飯鋪)’였다. 주인은 진춘부(陳春富)였고, 요리는 그의 아내가 맡았다. 아내의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어 손님들이 ‘진마파(陳麻婆·진씨의 곰보 아내)’라고 부른 것이 오늘날 상호의 유래가 됐다.

매콤하고 칼칼한 마파두부의 맛이 노동자들의 입맛을 되살리며 명성이 퍼졌고, 지금은 전 세계로 이름을 알렸다. 본점은 늘 긴 대기줄이 이어지지만, 현지인들은 비교적 한산한 분점을 찾는 편이다. 흥미롭게도 식사 중 내부에서 공연이 펼쳐져 색다른 즐거움도 더한다.

◆소비 트렌드의 중심, 타이쿠리와 대자사
청두는 중국 서부 내륙의 경제 중심지이자 쓰촨성 최대 소비 도시로, 매년 1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서부 내륙의 성장 엔진’으로 불린다.
1인당 GDP는 약 10만9000위안(한화 약 2000만원)으로 상하이·베이징 등보다 낮지만, 소득 대비 소비 성향이 높아 소비문화 확산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타이쿠리’로 가야 한다. 쓰촨 스타일의 전통 건축과 현대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트렌드의 중심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살려낸 이곳은,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저층 목조 건물들 사이로 고급 브랜드 매장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넓은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편안한 쇼핑이 가능하다.


유명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감각적인 카페와 라이프스타일 숍이 골목골목 숨어 있어 탐색하는 재미가 있다. 루이뷔통, 디올, 마르지엘라 등 명품 브랜드 매장들은 카페와 문화공간을 결합해 중국 전통과 글로벌 트렌드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쇼핑보다 이 공간을 느끼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사진 명소는 타이쿠리의 남서쪽 문으로 들어가 구찌 건물 근처의 옆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올라가 나오는 알렉산더 맥퀸 매장 옆이다. 이는 타이쿠리 내 천년고찰 대자사(大慈寺)를 바라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폿이다. 루이뷔통 2층 테라스에서도 멋진 전망을 만날 수 있다.

타이쿠리 바로 옆 대자사는 약 1600년 전 삼국시대 촉나라 시기에 창건된 불교 사찰이다. 이는 예로부터 청두 불교의 중심지로 불렸다. 붉은 담장과 청색 기와지붕, 고목 은행나무가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자리해 독특한 경관을 만든다. 사찰 초입부터 곳곳에 숨겨진 ‘복(福)’ 자가 많다. 현지인들은 이를 만지며 복을 기원하기도 한다고.


이밖에 청나라 시절 군관들의 거주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콴자이샹쯔’ 역시 들러볼 만하다.
넓은 골목과 좁은 골목이라는 뜻처럼 서로 다른 분위기의 길이 나란히 이어지며, 전통 찻집, 수공예 상점, 악기점 등이 늘어서 있어 활기찬 분위기다. 이곳에서는 럭셔리 쇼핑보다 청두의 로컬색이 짙은 기념품을 찾기 좋다.



만약 중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귀청소에 도전해보자. 요즘에는 위생을 고려해 1회용품을 활용하는 가게가 많다.


◆활기찬 나이트라이프? ‘진강따라 걸어볼까’
청두의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저녁 관광을 고려한다면 진강 강변이 답이다. 이곳에는 야경 명소로 손꼽히는 두 다리가 있다. 쓰촨 음악원 인근에 위치한 구안교(지우옌차오)는 아홉 개의 아치형 교각이 이어진 고전 양식의 다리로, 술집 거리로도 유명하다.
밤이 되면 다리와 강물이 조명에 물들고, 주변 바·레스토랑·찻집이 활기를 더해 청두 야간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청두 6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야경·촬영 명소다.


인근의 안순랑교(안슌랑챠오)는 붉은 기와와 목재 구조가 어우러진 누각형 다리다. 두 다리는 약 600~800m 떨어져 있어 강변 산책로를 따라 10분 남짓이면 오갈 수 있다.
특히 안순랑교에서 구안교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카페·바·레스토랑이 이어져 있어 천천히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흐른다. 이곳 거리의 풍경은 그야말로 이국적이다.


호프집, 포장마차, 귀 청소 공간 등을 비롯해 그에 따른 호객꾼들이 쫙 펼쳐져 있다. 거리의 지압사도 눈에 띄는데, 간이 의자에 앉으면 그 자리에서 안마를 해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