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있잖아요” 역대급 순위 경쟁에도 KT는 계획대로... 소형준 ‘이닝 제한’

사진=KT 위즈 제공

 

“선수 보호 차원입니다.”

 

프로야구 KT가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도 원칙을 지킨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우완 소형준이 불펜 이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닝 조절을 위해서다. 이강철 KT 감독은 “일단 틀을 정해놓은 만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불안하지 않다”며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소형준은 선발 복귀에 나섰고, 명불허전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현시점 20경기 등판, 7승5패 평균자책점 3.04(121⅓이닝 41자책점)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도 15차례 작성했다. 고영표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오원석 등과 함께 팀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순위 경쟁은 날이 갈수록 살얼음판이다. 그럼에도 소형준의 불펜 전환은 예정된 수순이다. 부상 이후 선발 복귀인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많은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올해 이닝을 제한하는 관리 방안을 세웠다. 수장도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다. 지난 2월 호주 질롱 1차 스프링캠프에서도 이 부분을 암시했을 정도다.

 

사진=KT 위즈 제공

 

당초 목표치는 130이닝 언저리다. 선발진 재편에 들어갔다. 8월 시작과 함께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좌완 오원석이 돌아오고, 배제성이 5선발을 맡는다. 소형준은 조만간 오원석의 콜업 시점과 맞물려 불펜으로 이동해 남은 이닝을 소화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결단일 터. 이 감독은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정해놓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부상 선수들의 선례를 지켜봤고, 올해 어느 정도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에 선수 본인도 동의했다.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시즌이라 불안한 마음이 있을 텐데, 잘 지켜주고 싶다. 내년에도 던져야 하는데, 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펜 소형준의 활용 방식은 철저히 ‘필승조’에 국한된다. 연투는 피하고, 승부처 1, 2이닝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길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에도 이미 불펜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걱정하지 않는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미래를 향한 투자다. 소형준은 2020년 데뷔 첫해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133이닝 57자책점)을 기록하며 고졸 신인왕에 등극했던 팀 핵심 자원이다. 앞으로 팀과 함께 써 내려갈 시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이 내년, 그리고 그 이후의 소형준을 더 단단하게 만들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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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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