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한국 선수 많지만, 포기하는 선수도 많아” 여전히 열악한 한국 여자축구,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땀은 공정하다’는 말이 있지만, 현재 한국 여자축구계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 흘린 땀에 비례한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있었다. 여자축구는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국내에서 몇 없는 팀으로 일궈낸 기적 같은 성과였다. 기회를 또 놓쳐선 안된다. 지난달 한국은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흐름을 잇고 시스템을 바꿔야 할 타이밍이다. 관계자들은 “지금도 2010년과 비슷하게 열악하다”며 “변화의 적기는 지금”이라고 말한다.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적은 인원으로 세대교체는 더디고, 프로 진출의 문은 갈수록 좁아진다. 고교-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는 미래는 불안정하다. 은퇴 이후의 삶도 각자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 물론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인식과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다면,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새싹들은 사라지고 끝내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정은욱(코브드 웨스턴 FC)은 “한국엔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너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시상식에서 우승국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달라진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새 축구와 풋살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성인뿐 아니라 유소년에서도 나타나는 추세다. 하지만 엘리트로 넘어가는 벽은 여전히 높다. 엘리트와 클럽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한 현재 엘리트가 발전하기 위해선 공부와 스포츠의 병행이 필요하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도 영어 등 제2외국어가 필수다.

 

실제로 최근 한국 여자축구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제2외국어가 준비된 채 해외로 나가는 선수는 거의 없다. 보통 현지에 가서 급박하게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낯선 타지 생활, 새로운 훈련 환경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언어의 부담까지 밀려든다. 정작 본질인 축구에 쏟을 시간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2023년 창단된 부산 동명공고 여자축구부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듯했다. 단기간에 해외 진출 3명, 연령별 대표팀 발탁 등의 성공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시계가 멈췄다. 창단 1년 만의 축구부 운영이 보류된 상태다. 이를 후원한 이결스포츠 에이전시는 “시체육회, 교육청 등의 지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했다. 에이전시가 부담하기도 했지만 열악한 환경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면서 “동명공고는 아직 해체되지 않았다.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결스포츠 에이전시는 “여자축구는 인재가 많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넘기 어렵다. 그에 맞는 길을 열어줘야 한국 여자축구가 살아남을 수 있다.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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