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의 관심 덕분에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끝판왕’이 마지막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투수 오승환(삼성)은 7일 인천 연수구 오라카이 송도 호텔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25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루 전 구단 발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자리였다.
첫 마디부터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했다. 오승환은 “팀이 치열하게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에 혹시나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든다”며 “시즌 중에 이런 발표를 하게 됐는데, 사실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이란 단어가 아직도 와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팬들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선수생활 마지막에 끝인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퇴 시점은 시즌 종료 후다. 오승환은 1군 엔트리에는 등록되지 않지만, 선수단과 동행하며 커리어 마지막 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시즌 말미엔 대구 홈 팬들 앞 은퇴 경기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승엽(전 삼성), 이대호(전 롯데)에 이어 은퇴 투어를 진행하는 KBO리그 역대 3번째 선수가 됐다. SSG는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서 열린 삼성전에서 오승환의 은퇴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준비 시간이 촉박했던 상황, 양 팀 협의 하에 공식 은퇴 투어 행사는 추후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기로 결정했다.
그의 등번호 21번은 사자군단 사상 4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된다. 앞서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 등 기라성 같은 전설들만이 누린 영예다. 오승환이 “21이라는 숫자는 뜻깊다. 선수생활을 21년 했더라. 삼성 구단과 팬들 덕분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삼성 구단 최초의 투수 영구결번이 된 건 많은 팬들의 존재가 컸다”고 감격에 찬 목소리를 낸 배경이다.
오승환은 도신초-우신중-경기고-단국대를 졸업한 뒤 2005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 곧바로 투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장식했다. 승리(10), 홀드(11), 세이브(16) 3가지 부문에서 두 자릿수 기록을 마크했다는 의미다.

6일 기준 KBO리그 통산 737경기서 427세이브를 써냈고, 평균자책점은 2.32(803⅓이닝 207자책점)다. 2006년과 2011년 각각 47세이브를 올렸고, 이는 현재까지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기록이다.
한미일 통산 549개의 세이브를 마운드 위에 수놓은 전설이다. 오승환 특유의 ‘돌직구’는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를 호령했다. 2014년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해 2시즌 동안 80세이브를 작성했다.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도 진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며 총 42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을 마친 뒤 거취는 미정이다. 삼성은 해외 코치 연수 등 제2의 인생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승환은 “은퇴 후 계획은 아직 시즌 중이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남았다. 구단과 차차 상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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