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리 우붓의 초자연적인 정취 속 ‘일본의 정밀함’이 깃든 특별한 시간이 펼쳐졌다.
발리의 아름다움과 문화가 깃든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 이곳에서는 실력파 믹솔로지스트들이 자신만의 색을 입힌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인다. 선셋이 아름다운 아융강과 라이스필드 뷰에서 마시는 우붓의 향취를 담은 한 잔의 술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믹솔로지스트의 역할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것을 넘어선다. 투숙객과의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문화적 믹솔로지’를 실현한다. 발리의 로컬 문화와 전통주 ‘아락(Arak)’을 소개하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주류를 섬세하게 안내한다. 그저 부어라 마셔라가 아니라 ‘술의 이야기’를 통해 현지의 문화에 녹아들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산토리 X 트리 히타 카라나’, 조화의 시작
최근에는 위스키 애호가들을 위한 이색적인 클래스가 열렸다. 바로 ‘산토리 위스키’를 주제로 한 마스터 클래스다.
“발리에서 갑자기 일본 위스키?”라는 의문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세션이 끝난 뒤에는 마치 발리의 자연과 일본의 장인정신이 만나는 교차점을 다녀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클래스는 ‘산토리 x 트리 히타 카라나(Suntory x Tri Hita Karana)’를 주제로 열린다. 트리 히타 카라나는 발리의 전통 철학으로, 인간, 자연, 신과의 조화로운 삶을 의미한다. 이 철학은 일본 위스키의 섬세함과 발리의 영성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곳 리조트의 칵테일 개발을 책임지는 수석 믹솔로지스트 아디 산(Adi san)씨가 산토리 위스키를 베이스로 트리 히타 카라나를 칵테일에 녹여낸다. 아디는 “단순히 재료의 조합을 넘어, 발리 사람들이 자연을 존중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살아가는 방식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번째 잔, 파라향안(Parahyangan): 신성과의 연결
자리에 앉아 클래스 시작을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우아한 향이 퍼진다. 아디가 직접 피우는 기다란 인센스 스틱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된다. 눈을 감은 뒤 짧은 명상과 호흡으로 클래스가 시작된다.
아디는 “이번 클래스는 발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하모니’의 가치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향을 피우는 것도 인간과 자연, 신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발리의 문화를 오롯이 담기 위해 감각적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아디가 처음 선보인 칵테일은 히비키 하모니를 베이스로 한 파라향안(PARAHYANGAN)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신의 조화를 의미한다. 정결함, 기도, 감사의식을 통해 신과의 조화를 유지하는 믿음이기도 하다.
산토리 측은 “히비키, 야마자키, 하쿠슈 등 산토리 위스키는 경건하게 ‘신성한 수원’으로부터 물을 얻고 전통적인 의식을 따르며 자연에 대한 영적 존중을 담아 만들어진다”며 “이런 관점은 발리의 파라향안(Parahyangan)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아디가 정성스럽게 내온 칵테일 파라향안은 히비키 하모니에 사라삭 꽃 증류수와 금꾸만 시럽, 향긋한 카피르 라임에 탄산수를 더해 만들어졌다. 달큰한 꽃향기와 꿀같은 단향이 한모금 삼킬때까지 이어진다. 아디는 “이는 신성과의 연결을 테마로 한 칵테일로, 향긋하고 상쾌한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두번째 잔, 파웡안(Pawongan): 인간 사이의 조화
두 번째 잔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파웡안’이다. 인간 사이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재미있는 사실. 발리 사람들은 섬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하다. 심지어 발리에 사는 현지인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인도네시아인’이 아닌 ‘발리인’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발리 고유의 문화와 종교, 삶의 방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마지 렌더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 마케팅 부디렉터는 “이슬람이 주류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힌두교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신앙을 유지해왔고, 예술·건축·공동체 구조까지 독립적인 문명권을 형성해왔다”며 “외부 문화에 쉽게 흡수되지 않고도 고유 정체성을 지켜온 경험은 ‘작지만 강한 문화’라는 자각으로 이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발리에서는 사람 사이의 조화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렌더 씨에 따르면 발리에서는 혼자 살아가는 삶이 어렵다. 공동체 중심의 삶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남자와 여자가 각자 맡은 바 역할이 있고, 이 역할들이 합쳐져 공동체의 질서를 구성한다.
이 관계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 모든 존재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삶까지 아우른다. 그 안에서 발리 사람들은 지금도 더불어 사는 방식을 실천 중이다.

이런 의미를 담은 두 번째 잔의 히로인은 하쿠슈 18년.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쿠슈 18년으로 굳이 칵테일을 만든다고?”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처음엔 굳이?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어떤 칵테일이 나올까, 아디는 투숙객에게 셰이킹을 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하쿠슈 18년에 열대과일 타마릴로 과육, 달콤한 맛을 내는 패셔네이트 멜리사, 인도네시아의 바질 ‘케망기’, 야생에서 채집한 허브로 만든 시럽이 들어가고 비건 폼으로 마무리했다.

아디는 “파웡안은 인간 사이의 조화를 테마로 허브와 과일의 조화를 이룬 풍부한 칵테일”이라며 “파웡안의 정신, 함께하는 기쁨과 존중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맑은 녹차향을 떠오르게 만드는 하쿠슈도 좋지만, 여기에 더해진 산뜻하고 상큼한 풍미가 하쿠슈 특유의 녹음을 더 짙어 보이게 한다.

◆세번째 잔, 팔레마한(Palemahan): 자연에 대한 존중
세 번째 테마는 자연과의 조화, ‘팔레마한(Palemahan)’이다. 자연을 존경하는 의미를 담아 헌사하는 의미를 담았다.
야마자키 12년이 아카르 뿌리 셀처(허브 향 탄산수)와 만났다. 기분좋은 흙 냄새에 허브향이 더해져 마치 비옥한 땅을 파내 신선한 뿌리를 만났을때의 향이 난다. 한 모금 마시니 쌉쌀한 허브향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멋진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가쿠빈을 활용한 디저트 칵테일 ‘산토리 인 킨타마니(SUNTORY IN KINTAMANI)’가 나왔다. 아디가 킨타마니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킨타마니는 발리 북동부의 고원 지대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발리 아라비카 커피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고지대의 서늘한 기후 덕분에 커피 맛이 부드럽고 산미가 우수하다. 발리에서 커피를 구입할 때 ‘킨타마니 커피(Kintamani Coffee)’라고 쓴 것만 골라도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디는 가쿠빈에 커피 리큐어, 코코 바나나 크림, 바닐라 판단 시럽, 울리안 에스프레소를 더해 이를 선보였다. 커피, 열대 과일, 달콤한 향신료가 어우러져 발리의 휴양지에서 마시기 딱 좋을 것 같다. 만다파 리츠칼튼 리저브를 찾는다면 아디를 찾아 이를 요청해보자.

클래스가 막바지에 이르자, 산토리가 추구하는 ‘조화’와 발리의 철학인 ‘트리 히타 카라나’ 사이에 분명한 닮음이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두 문화 모두 전통적인 의식과 자연에 대한 영적 경외를 바탕으로 하며,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 신성과의 연결을 중시한다. 술맛은 그날의 공기와 사람으로 완성된다는 철학도 같다.
아디는 “같은 레시피로 칵테일을 만들더라도, 오늘의 맛은 다시 만들기 어려울 거예요”라며 미소짓는다. 그의 말처럼 ‘오늘의 맛’은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조화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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