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만에 외치는 ‘단독 1위 LG’… ‘4번타자’ 문보경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LG 문보경이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1-2로 뒤지던 7회말,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요할 때, 한 번.’

 

4번 타자는 야구에서 큼지막한 상징성을 갖는 자리다. 팀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해결사만이 그 무거운 왕관을 쓴다. 어깨가 무거운 만큼, 희열이 배가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지붕 라이벌’ 맞대결. 바로 여기서도 그 ‘4번 타자’만이 느낄 수 있는 도파민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팀의 4-2 대역전승을 만들어낸 LG의 4번 타자, 문보경이다.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의 성적표에서 알 수 있듯, 침묵하던 와중에 터뜨린 영양가 높은 한방으로 경기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1-2로 밀리던 7회말이었다. 2아웃 이후 문성주-오스틴 딘이 연속 안타로 밥상을 차리자, 문보경의 4번째 타석이 찾아왔다. 앞서 최승용을 상대로 뜬공-땅볼-땅볼에 그치며 세 번이나 고개를 떨궜지만, 찬스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좌완 고효준과의 승부. 1B2S에서 4구째 슬라이더가 높은 존에 들어오는 걸 거침없이 잡아당겼다. 높은 발사각(37.1도)으로 약 114m를 날아간 이 타구는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는 시즌 21호 스리런포로 연결됐다. 잠실이 들끓었다. 4회초에 먼저 2실점하며 경기 내내 한번도 앞서지 못했던 LG팬들이 문보경에게 건네받은 첫 리드였기 때문이다. LG 더그아웃에서도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문보경이 몰고 온 승운은 그대로 LG의 승리까지 연결됐다. 이날 LG가 찍을 수 있는 최고의 마침표였다.

 

LG 문보경이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1-2로 뒤지던 7회말,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고 정수성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사가 줄을 이었다. 이 승리로 LG는 개막 7연승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7연승 행진을 내달리게 됐다. 아울러 이날 대전에서 1위 한화가 KT에 2-5로 패함에 따라 순위까지 뒤집어냈다. LG가 시즌 62승(2무40패)과 함께 승률 0.608을 마크해 승률 0.602(59승3무39패)로 떨어진 한화를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선 것.

 

LG의 1위 등극은 지난 6월27일 이후 39일 만이다. 다만 그때는 한화와 함께한 공동 1위였다. 단독 1위로 기준을 좁히면 지난 6월14일 이후 52일 만에 홀로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하는 쾌거를 맛봤다.

 

4번 타자의 품격을 보여준 문보경은 “1위에 올라서 정말 좋지만, 방심하지 않겠다. 오늘 경기가 104번째 게임이었다. 남은 경기를 잘 풀어나가서 마지막에 정상에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라는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사실 홈런 전 타석들이 다 찬스였는데 살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홈런이 결정적이었지만, ‘더 일찍 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홈런 타석에) 들어갈 때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후반기 타율 0.339(59타수 20안타) 6홈런 19타점으로 그래프를 가파르게 올리던 찰나, 이날 승리가 또 하나의 기점이 될 수 있다. 전반기(타율 0.287)와 비교해 타격감이 살아나면서 팀의 후반기 14승2패 질주에 힘을 보태는 문보경은 “내가 못 칠 때 팀 성적도 안 좋아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팀 승리도 함께 이어져서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나아갈 일만 남았다. 그는 “(요즘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모습들이 하나로 잘 모아지는, 원 팀의 분위기가 잘 만들어졌다”며 “우리 팀도 항상 1등 욕심이 있다. 다만, 위를 바라보고 야구를 하기 보다는 우리가 이겨야 순위가 따라잡히는 거니까, 우리 경기부터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앞으로도 매 경기 승리하는 데에만 집중하겠다”는 당찬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LG 팬들이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