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5형제’ 엄지원 “죽을 만큼 힘들었던 주말극…광숙처럼 마음 이끌면 또 하고 싶어” [SW인터뷰]

KBS 주말극 ‘독수리 5형제’ 주인공 마광숙 역
섬세한 연기+표현력으로 드라마 흥행 이끌어
"따뜻하고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던 작품"
"연기대상? 후보 거론된다면 기뻐"
사진=ABM컴퍼니


배우 엄지원이 그려내는 KBS2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주인공 마광숙은 단순한 큰언니 그 이상이다. 담대한 리더십과 쾌활한 매력, 그리고 가족을 다시 하나로 잇는 섬세한 공감력까지 엄지원만이 소화할 수 있는 입체적인 연기가 이번에도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한동안 부진했던 KBS 드라마에 모처럼 활력을 안겼다. 방영 초반부터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드라마는 방영 내내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엄지원이 주연 배우로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편을 잃고 시동생 넷과 동거하게 된 마광숙 역을 맡은 그는 단단한 서사와 폭넓은 감정 연기로 흔들리던 주말극 라인업의 무게추를 바로 세우며 ‘엄지원의 힘’을 입증해냈다. 엄지원이 그려낸 마광숙은 삶의 풍파 속에서도 한결같은 온기를 내뿜으며 드라마를 넘어 현실 속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게 했다. 엄지원의 활약 덕분에 드라마 또한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공감과 몰입을 이끄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ABM컴퍼니


드라마 종영 전 서울 강남구 바이포엠스튜디오 사옥에서 만난 엄지원은 “죽지 않고 잘 끝냈다. 죽을 줄 알았는데 안 죽더라”라고 웃으며 촬영을 무사히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너무 스케줄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워낙 광숙이가 신이 많았어서 하루에 몇 시간씩 못 자면서 촬영했다. 144회 차로 끝났는데 그중에 제가 빠진 회차가 별로 없었다. 잠을 잘 시간이 없었다”고 힘들었던 촬영 과정을 돌아봤다. 

 

2012년 JTBC ‘무자식 상팔자’ 이후 13년 만에 장편 드라마에 복귀했다. 긴 촬영 기간에 대한 부담에도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대본의 힘이 컸다. 엄지원은 “대본이 재밌었다. 이전에는 도회적인 커리어우먼 같은 역할을 선호해서 많이 했으니 이번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대본을 8부까지 받아봤다. 최근에 받아보지 못했던 따뜻한 이야기였다. 따뜻하고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딱 그런 작품이었다”며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첫 회 반응을 보니 ‘대본에서 내가 받았던 느낌과 감정을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 흐름대로 간다면 앞으로도 잘 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첫 방송 직후 드라마 흥행을 조심스럽게 기대했음을 밝혔다.

 

또 “아무래도 부모님은 여전히 주말 드라마가 최고라고 생각하시는데 ‘우리 딸은 왜 주말 드라마를 못하지?’ 하셨다. 그래서 부모님이 좋아하는 작품을 하는 것도 배우가 된 딸의 연기로 하는 효도 같은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부모님의 반응 또한 남달랐다. 엄지원은 “지금도 너무 좋아하신다. 제가 한 모든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다. ‘폭싹 속았수다’를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데도 부모님은 별 반응이 없으시더라. 오히려 ‘독수리 5형제’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뿌듯해했다. 

 

결혼 10일 만에 남편 장수(이필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과부가 돼 ‘독수리술도가’ 4명의 시동생을 떠맡게 된 여성 가장 마광숙은 스스로 ‘독수리 오남매’라 칭하며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한다. 주체적으로 가족을 이끌며 적자에 허덕이는 술도가를 일으켜 세우려는 마광숙은 직설적이지만 따뜻한 성격, 뛰어난 공감 능력 등 면모를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ABM컴퍼니

 

엄지원은 “저도 1인 가구고 많은 사람이 혼자 사는 삶이 괜찮은 것 같다 여기지만 누구나 마음 한편에 자신을 케어해 주고, 응원해 주고. 괜찮다고 해주는 내 편이 있기를 원한 것 같다”며 “광숙이가 형제들에게 하는 걸 보면서 시청자도 따뜻함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그래서 광숙이를 예뻐해 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마광숙이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를 밝혔다. 

 

MBTI가 ENFP라는 엄지원은 “광숙이도 500% ENFP일 것 같다”고 웃으며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원래 제 안에 가지고 있는 소스를 광숙이를 만들 때 제일 많이 가져다 썼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마광숙에게 가장 몰입이 되거나 공감이 많이 됐던 장면이 있는지 묻자 “한 20부까지는 모든 신들이 몰입이 안 된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캐릭터의 결이 잘 쌓여 있어서 배우 입장에서는 초반부가 연기로 훨씬 더 잘 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고 떠올렸다.

 

엔딩에서 마광숙은 새로운 사랑 한동석(안재욱)과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순산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엄지원은 “광숙이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갖고 싶었던 사람이다. 항상 연기할 때 광숙이의 마음 속 씨앗에 장수가 있다고 늘 생각했다. 장수가 남겨준 씨앗 때문에 광숙이가 형제라는 밭을 일구고 술도가를 통해서 한동석도 만났다. 한동석 아이들의 새 엄마도 되고 이 남자를 통해서 쌍둥이를 낳았다”며 “다 같이 가족이 돼서 잘 지내게 됐으니 광숙이가 정말 원했던 따뜻한 가족을 이루게 됐다. 제가 생각할 때 광숙이는 품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광숙이에게 딱 맞는 엔딩이었다”고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 인기와 연기 활약에 힘입어 엄지원은 올해 KBS 연기대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엄지원은 “하반기에 KBS에서 또 좋은 작품들이 또 나올 수 있으니까 그때 흥행하는 작품의 배우가 또 유력할 것”이라고 웃으며 “그런 걸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후보에 거론된다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스트커플상은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재욱과의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사진=ABM컴퍼니


엄지원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9년부터 채널을 개설해 현재 1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엄지원은 “그때는 유튜브 채널이 많이 생기거나 회사들이 붙어서 제작하던 때가 아니었다. 그냥 제가 편집자 한 명 구해서 월급을 주고 소스 주면서 시작했다”며 “그때 당시만 해도 제가 예능을 거의 나가지 않고 작품만 했다. 대중에게 작품 속의 인물 말고 사람 엄지원으로서는 만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굳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채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본업과는 별개로 벌써 6년째 정기적으로 동영상을 올리는 만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묻자 “사실 뭘 올려야 될지 고민을 아직까지 해본 적 없다”며 “주로 브이로그를 많이 올리는데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계속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다만 “촬영을 할 때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으니까 한숨 쉬고 싶을 때도 있기는 하다. 그래서 촬영이 타이트할 때는 한 주 쉬었다가 올리곤 한다. 템포에 맞춰서 한가할 때는 일주일에 한 개씩 올리고 바쁠 때는 천천히 올리면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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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13년 만에 주말드라마 촬영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앞으로도 긴 호흡의 작품에서 엄지원을 만나볼 수 있을까. 엄지원은 “광숙이처럼 마음을 이끌고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면 당연히 또 하고 싶다. 다만 그런 작품이 ‘무자식 상팔자’ 이후 저에게 10여년 만에 왔으니까 언제 또 그런 작품이 올지는 저도 모르겠다”고 미소 지었다. 

 

작품을 보는 기준에 대해 엄지원은 “대본을 받았을 때 읽고 저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게 있는 작품들을 선택한다. 내가 받은 느낌을 똑같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나 열정, 욕심이 드는 작품을 선택한다”며 “그 외에 제작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은 많이 있겠지만 심플하게는 마음을 움직이고 내가 받은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은 작품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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