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T, 경계를 넘다] '클래식으로 듣자'…문화 콘텐츠로 확장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도쿄서 개최한 제11회 한류 드라마 OST 콘서트 모습.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K-콘텐츠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게임·영화·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OST까지 배경음악을 넘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을 통해 재해석된 OST는 팬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각 이상의 공감과 여운을 이끌어내는 또 하나의 감상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드라마 여운을 ‘듣는 감동’으로 한 번 더

 

4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K-영화·드라마 OST가 국내외 공연 콘텐츠로 진화 중이다. 대구의 문화공간 스테이지엠에서는 올해 말까지 우리가 사랑한 한국 영화 OST 콘서트 2025가 진행 중이다. 영화 기생충, 왕의 남자, 해바라기, 친절한 금자씨, 오징어게임 등 국민적 사랑을 받은 다양한 작품의 OST가 클래식 편곡을 통해 공연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 WITH 미라클라스가 열려 영화 사도, 올드보이, 엽기적인 그녀, 라디오스타, 괴물 등의 OST곡이 연주됐다. 또 같은 해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7번방의 선물 등의 OST를 연주한 월드시네마 콘서트 파트1-한국편도 개최돼 팬들에게 추억과 감동을 선사했다.

 

한류 열풍 덕에 해외 콘서트도 활발하다. 모스트오케스트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 대만에서 K-드라마 OST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에서는 드라마 대장금,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부부의 세계, 킹더랜드 등 대표 K-드라마의 OST 명곡들이 풀오케스트라로 편곡돼 연주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0년부터 한류 발전 및 한일문화교류 촉진을 위해 일본에서 한류 드라마 주제곡을 소개 및 연주하는 OST 콘서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열린 공연에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 별에서 온 그대, 슬기로운 의사생활, 호텔 델루나, 쌈, 마이웨이, 재벌집 막내아들 등의 OST를 부른 가수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감동을 더했다.

사운드 아카이브 2025: 디 오케스트라 이미지. 넥슨 제공 

◆게임 IP 확장과 팬과의 유대감 강화

 

국내 게임사들은 자사 지식재산권(IP)의 확장성과 팬덤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OST 오케스트라 공연을 적극 기획하고 있다.

 

넥슨은 블루 아카이브 출시 3.5주년을 맞아 사운드 아카이브 2025: 디 오케스트라 전국 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부산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오는 30일 대구, 9월7일 광주 공연이 예정돼 있다. 게임의 주요 스토리와 테마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해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넥슨의 또 다른 대표작 마비노기 영웅전도 지난 6월 오케스트라 공연 심포니 오브 히어로즈를 개최했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은 120분간 진행됐으며, 시즌1부터 시즌4까지의 명장면을 장식한 대표 OST들이 오케스트라로 재해석돼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카단–운명을 넘어서, 죽음의 신-크로우 크루아흐, 광명의 루-루 라바다, 따를 수 없는 예언–모르간트 등 곡들이 풍성한 선율 속에 펼쳐졌다.

 

네오위즈도 P의 거짓, 스컬, 산나비 등 자사 인기 게임의 음악을 활용한 콘텐츠 확장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해 국립국악원 게임 사운드 시리즈 음반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P의 거짓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1000석 규모로 개최해 팬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글로벌 팬덤을 공략한 공연도 눈에 띈다. 그라비티는 지난 6월 자사 대표 게임인 라그나로크의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최했다. 1400석 규모로 진행된 이 공연에서는 총 27곡의 게임 배경음악이 연주됐으며, 이 중 프론테라·게펜·알베르타를 테마로 한 3곡과 공성전 BGM 1곡은 중남미 지역의 정취를 살린 남미풍 리듬으로 편곡돼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프트업도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오케스트라 콘서트 멜로디 오브 빅토리를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열었다. 이 공연은 오프닝곡과 테마곡 등 게임의 주요 배경음악을 생생하게 라이브로 전달했으며, 특히 한국 공연은 총 44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해 OST에 대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이처럼 K-콘텐츠 OST는 어느새 하나의 공연 예술로 자리매김했다. 팬과의 정서적 교감을 강화하고, 콘텐츠의 수명을 연장하는 전략적 수단으로도 주목받는 가운데 ‘듣는 감동’은 앞으로도 문화산업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해갈 전망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