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유진(33) 씨는 요즘 지하철에서 드라마 견우와 선녀(tvN)의 OST인 D-DAY를 듣곤 한다. 제로베이스원이 부른 이 곡은 드라마 속 청춘의 설렘을 담은 고백 장면과 함께 삽입돼 화제를 모았다. 박 씨는 “드라마는 끝났는데, 그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며 “그냥 발라드보다 더 몰입감 있게 들리기도 하고, 드라마의 감정을 오래 간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OST는 더 이상 특정 장면을 떠올리는 부속물이 아니다. 한 번 본 콘텐츠를 다시 느끼고 공유하는 감정의 연장선이자 하나의 독립된 음악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OST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의 약자로 영화, 드라마 등 특정 콘텐츠를 위해 제작된 음악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단순한 콘텐츠의 부속물로 취급받았지만 이젠 바뀌었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음원 차트에서 지속적으로 순위에 오르고 있으며, 배우가 직접 가창에 참여하거나 웹툰을 위한 전용 OST가 제작되는 등 소비 방식 역시 다변화하고 있다.
OST 시장은 2000년대 들어 빛을 보고 시작했다. 음원 플랫폼이 장르별 차트에 OST를 포함하면서 시장이 형성됐고 2016년 태양의 후예(KBS2)와 구르미 그린 달빛(KBS2)의 흥행을 기점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태양의 후예 OST는 1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전년 10%에 불과했던 OST 음원시장 점유율은 2016년 18%로 뛰었다. 이듬해는 28%까지 치솟았다. 이후 OST는 수익성 높은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유명 작곡가와 가창자가 참여하면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고품질 음악으로 진화했다.

◆음원 차트 성적은 이제 기본
최근 드라마 업계는 종영 후에도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OST 앨범을 내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견우와 선녀는 OST 합본 앨범을 발매하며 작품의 감정을 음악으로 이어갔다. 인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이 OST곡은 멜론 핫100에 진입했다. 또 지난 5월 종영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tvN) OST도 주목을 받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부른 그날이 오면은 방영 당시 멜론 톱100에 진입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도경수가 부른 영원해는 현재도 멜론 핫100 차트 상위권에 올라있다.
◆배우의 참여, 몰입도 높인다
출연 배우들이 직접 OST를 부르는 모습도 흔해졌다. 지난달 종영한 굿보이(JTBC)에 출연한 박보검은 복싱 선수 출신의 강력특수팀 소속 순경으로 액션 연기를 펼침과 동시에 OST까지 책임졌다. 그가 부른 날 찾아가는 길은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는 13부 엔딩에 삽입돼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추영우는 견우와 선녀에서 직접 OST를 가창했고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속 주연 4인방 고윤정·신시아·강유석·한예지 역시 OST에 모두 참여했다.
◆웹툰도 OST 시장 조준
드라마, 영화에 국한됐던 OST는 웹툰 시장에도 확산됐다. 해외에서 K-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OST 제작이 활발하다. 참여 아티스트의 라인업도 화려해지고 있다. 더보이즈는 나 혼자만 레벨업, 보이넥스트도어는 가비지타임,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연애혁명 OST에 참여했고 프로미스나인, 샤이니 태민, 아스트로 차은우도 인기 웹툰의 OST를 가창했다.
이처럼 OST는 단순한 삽입곡을 넘어 콘텐츠의 감정선을 잇는 또 하나의 서사로 기능하고 있다. 작품의 여운을 음악으로 간직하게 하고, 배우와 시청자의 감정을 직접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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