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T, 경계를 넘다] “좋은 작품 만나면 시너지…‘케데헌’ 헌트릭스처럼 신드롬 이끌어”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
"예산 늘어 OST도 질적 향상...선순환 구조"
"좋은 작품이 좋은 OST를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 이들이 부른 OST '골든' 등은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K-콘텐츠 열풍이 거세지면서 OST의 위상과 소비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OST는 더 이상 드라마나 영화의 단순한 배경음악에 그치지 않는다. 웹툰·게임·오케스트라 공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 OST는 더 이상 보조 요소가 아니라 콘텐츠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는 4일 “퀄리티의 차이는 곧 비용의 차이다. 과거 산발적 흥행이 누적되면서 OST 예산 확대의 명분을 쌓아준 측면이 크다. 확대된 예산 속 검증된 아티스트, 작곡가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OST의 질적 향상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좋은 스토리에 좋은 음악, 걸출한 아티스트까지 몰리는데 소비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반면 예산이 적은 곳에는 여전히 단순 배경음악 차원에 그치는 OST도 많다”고 밝혔다.

 

심 평론가는 “기능적 측면에서는 잘 만들어진 OST가 때론 메인 작품보다 더 오랫동안 여운을 즐기게 해준다. 드라마·영화·웹툰·게임 등 어떤 형태든 스토리만 있다면 그 안에서 가장 진하게 감동 받은 부분을 편리하게 소환해주기 때문”이라며 “서사가 중요한 시대에서 어떻게 보면 가수의 단일 앨범, 싱글 보다 더 유리한 대중적 접근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OST 공연의 확산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OST 단독 콘서트는 물론, 사운드 퀄리티를 극대화한 오케스트라 공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심 평론가 역시 “OST만의 공연이 성공하고, 사운드 퀄리티를 충족시키는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탄탄한 시장이 확인됐다”며, “대중은 더 적극적으로, 더 섬세하게 자신의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에 끌려갈 텐데 공연기획도 이러한 니즈를 다양하게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과거 OST는 발라드 가수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트로트 가수, 출연 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OST에 대거 참여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심 평론가는 “유사한 음악의 포화상태가 오래 이어지면서, 신선한 접근이 반작용으로 일어났다. 때마침 트로트 흥행과 맞물려 새로운 스타들이 많이 생겨난 현상도 크다. 작품 타깃 연령층에 따라 전략적 움직임의 하나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출연 배우들의 잇따른 OST 참여를 두고는 “배우 시장의 확장된 비즈니스가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심 평론가는 “작품 활동뿐 아니라 팬미팅과 다양한 이벤트 무대를 많이 펼치는데, 이때 음악 무대 레퍼토리가 각광받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을 발매하기엔 부담스럽지만 가창곡 니즈와 맞아떨어져 OST로 접점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작품에는 신선한 바람을 넣어줄 수 있는 효과가 있으니 서로 윈윈인 이 흐름은 더 명확히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OST가 인기를 끈다고 드라마 인기로 곧장 직결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드라마 인기가 곧 OST 흥행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심 평론가는 OST와 드라마를 “매우 유기적인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동안 리코더 소리만 나도 오징어게임이 연상됐듯 좋은 작품이 좋은 OST를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개념”이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헌트릭스가 빈약한 곡을 불렀다면 이렇게 오래 회자될 수 있었을까. 작품의 퀄리티가 인기의 시작점이라면, OST는 그 인기를 신드롬으로 끌어준다”고 강조했다.

 

음악산업 내 OST의 위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 평론가는 “영화 속 OST 가창 장면이 뮤직비디오가 되고, 실제 가수의 뮤직비디오는 영화처럼 만들어지고 있다. 참여하는 스태프의 이름도 영화·드라마·광고·음악 분야에서 서로 거리낌없이 넘나든다. 앞으로도 그 경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산업이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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