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감독이 꿈꾸는 공룡들의 빅볼 향해… ‘홈런왕’ 데이비슨이 무섭게 터진다

NC 맷 데이비슨이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현역 337홈런에 빛나는 이호준 NC 감독, 그가 공룡군단을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빅볼’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NC는 과거 ‘나테이박(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박석민)’으로 불리는 막강한 중심 타선을 꾸렸을 정도로 남다른 파워를 자랑했다. 그러나 은퇴와 자유계약선수(FA) 이적 등 선숟단 지각변동으로 그 색이 옅어졌다. 리그 대표 교타자들이 모여들면서 ‘스몰볼’의 이미지가 새겨진 것도 사실이다.

 

이호준 감독도 체질 개선을 꿈꿨다.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나는 정말 빅볼을 선호한다. 투수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홈런이고, 팬들도 시원한 한방을 볼 때 더 재밌어 하는 법”이라며 공개적으로 자신의 색을 드러냈을 정도다.

 

마음처럼만 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사실 빅볼과는 거리가 있다. 4일 기준 팀 홈런 (79개), 장타율(0.386) 모두 5위로 평균에 가깝다다. 반대로 스몰볼의 상징인 도루 지표가 특출나다. 팀 도루(124개), 게임당 도루 시도(1.67회) 등이 독보적 1위다.

 

이호준 NC 감독이 지난해 10월 열린 감독 취임식에서 선수시절 등번호인 27번이 달린 유니폼을 다시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옳고 그름은 없다. 사정에 맞춘 선택만이 있을뿐이다. 이 감독도 “지금은 팀에 한방을 쳐줄 타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상에 다가기 위한 향상심은 여전하다. “당장 올 시즌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빅볼을 할 수 있는 장거리 타자 육성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그렇다고 모든 기대를 지울 필요는 없다. NC에는 맷 데이비슨이라는 굵직한 외인 거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슨은 소총군단의 대척점에 있는 파워 유형의 타자다.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삼진 비율이 높았지만, 그마저도 홈런을 위한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실제로 KBO리그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46홈런(리그 1위)을 몰아쳤다. 4년 만의 리그 40홈런 이상 타자, 8년 만의 NC 홈런왕 등극 등 괴력을 입증한 끝에 KBO 외인 최초 다년 계약(1+1년)까지 맺었다.

 

올해도 지난해 버금가는 성적표를 기대했으나 부상이 문제였다. 시즌 초 허리 통증을 시작으로 햄스트링 손상 그리고 이재현(삼성)과의 수비 도중 충돌로 인한 갈비뼈 부상 등으로 계속 쉼표를 그렸다. 1군 말소 일수가 45일에 달할 정도로 빠져 있는 기간이 길었다. NC의 장타 지표가 기대치를 밑돈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NC 맷 데이비슨이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아쉬움을 지워내듯, 모든 장애물을 털고 완벽하게 부활한다. 당초 갈비뼈 부상에 4∼6주 이탈 진단을 받았지만, 엄청난 회복력으로 약 3주 만인 지난 1일 창원 KT전에 전격 콜업됐다. 무리한 결정이 아니었다. 그 경기를 시작으로 곧장 3경기 연속 대포를 쏘아올리며 화려한 복귀 신고에 나섰다.

 

어느새 시즌 성적표는 타율 0.319(232타수 74안타) 19홈런 5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4다. 규정타석까지 갈 길이 먼 상황임에도 어느새 시즌 홈런 6위까지 올라왔다. 1개만 더 치면 공동 3위까지 닿을 수 있다.

 

이호준 감독의 미소도 짙어진다. 기존의 빠른 야구에 사실상 홀로 빅볼을 해낼 수 있는 데이비슨의 부활이 더해짐으로써 공격에서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중위권 싸움에 한창인 NC의 가속, 데이비슨의 방망이에 달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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