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도, 과제도 봤다.
‘2025 세계수영연맹(World Aquatics) 세계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한국 대표팀은 동메달 1개(27위)를 목에 걸었다. 기대치가 높았기에, 메달 숫자로만 따지면 아쉬움이 남는다. 북한(25위)보다도 저조하다. 북한은 이번 대회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시아 신기록 1개(남자 자유형 50m 지유찬)와 한국 신기록 3개(여자 자유형 200m 조현주, 남자 배영 200m 이주호), 결선행 5건, 준결승 10건 등의 결과를 냈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올림픽 이후 처음 치르는 대형 국제대회였다. 기록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설정한 방향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김효열 총감독은 “출국 전 크게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면서 “작년 12월 훈련소 공백기로 인한 황선우와 김우민의 국제 대회 감각 회복과 ‘유망주’로 주목받는 김영범과 김승원의 실제 기량 파악, 현 대표팀의 어린 학생 선수들의 국제경험 누적 등이 그것이다. 모두 90%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고 총평했다.

실제로 요소요소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김우민과 황선우(이상 강원도청)의 경우 공백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김우민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도 경쟁력 있는 면모를 과시했다.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6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딴 루카스 메르텐스(독일·3분42초35)와 은메달 새뮤얼 쇼트(호주·3분42초37)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기초 군사훈련으로 약 한 달간 자리를 비웠던 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결과다.
황선우 역시 부활을 노래했다. 황선우는 2022 부다페스트 대회 남자 자유형 200m서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 한국 경영에 11년 만에 세계선수권 메달을 안기는 순간이었다. 이후 2023 후쿠오카 대회, 지난해 도하 대회까지 3년 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아쉽게도 파리올림픽 자유형 200m에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빈손이었지만, 기록 측면서 거의 회복됐다. 남자 자유형 200m서 1분44초72로 4위를 마크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1분44초40)에 근접했다.

보다 다양한 얼굴들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유찬(대구시청)은 남자 자유형 50m 준결승서 21초66을 작성,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이 종목 한국 최초로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하는 발자취를 남겼다(최종 7위). 혼계영 400m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3분32초32로, 8개 참가국 가운데 7위를 마크했다. 한국 수영 단체전이 세계선수권 결승에 오른 것은 남자 계영 800m에 이어 두 번째다.
남자 계영 800m서 고전한 부분은 다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남자 계영 800m는 한국 수영이 전략적으로 키워온 종목이다. 지난해 도하 대회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 따내며 신바람을 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서 예선 3위를 차지하며 2회 연속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결승서 5위로 도착했다. 금메달은 영국(6분59초84)이었으며 중국과 호주가 각각 은메달(7분00초91), 동메달(7분00초98)을 따냈다. 중국은 아시아 신기록을 경신했다.
대형 국제대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2026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LA올림픽 등 큰 대회를 앞두고 점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도하 대회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등을 획득, 종합 8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쓴 바 있다. 사실 당시엔 올림픽을 5개월가량 앞둔 시점이라 컨디션 조절 차 세계정상급 선수 일부가 불참했다. 이번 대회는 최정상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면서 치열해졌다. 더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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