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따뜻해진 걸 보면 단장의 시간은 지났습니다. 이제 감독과 선수들이 잘하겠죠.”
인기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마지막화를 장식했던 명대사다. 그러나 2025시즌 KBO리그의 여름, 그 대사대로면 끝났야 했을 ‘단장의 시간’이 뜨겁게 찾아왔다. 구단들이 앞다퉈 전력 강화에 나선다. 팬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트레이드부터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 보강까지, 굵직한 이벤트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진다.
트레이드는 단연 뜨거운 감자였다. 건수는 5건으로 최근 5시즌 중 가장 적었지만, 무게감이 남달랐다. 특히 데드라인(7월31일) 코앞에서 벌어진 2건의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지난달 28일 KIA와 NC의 트레이드(최원준·이우성·홍종표↔김시훈·한재승·정현창), 31일 NC와 한화의 트레이드(손아섭↔2026 신인 3R 지명권+3억원)가 큰 화제를 몰았다.
외인 시장도 활기차게 돌아간다. 단기 대체를 제외한 정식 교체만 벌써 8건이다. 특히 후반기 깜짝 교체가 줄을 잇는다. KT가 장수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 멜 로하스 주니어 대신 패트릭 머피, 앤드류 스티븐슨이라는 뉴 페이스 영입으로 환기에 나섰다. LG도 3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이별하고 새로운 우완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와 도장을 찍었다.


눈여겨볼 점은, 구단의 선택이 과거보다 더욱 과감해졌다는 점이다. 현상유지와 변혁 사이 신중한 저울질이 유독 ‘변화’로 기운다. 예년이라면 동행을 이어갈 선수들일지라도, 올해는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교환 혹은 교체 등의 출혈을 감수하는 추세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불펜 강화를 위해 ‘원클럽맨’ 최원준을 포기한 KIA의 선택, 미래를 내주고 손아섭을 취한 한화의 선택이 대표적이다. KT도 확실한 미래를 위해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정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기대를 걸 만한 구위와 포스트시즌(PS)에서의 강세를 지닌 에르난데스를 버리고 외인 복권을 긁는 LG의 결단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에르난데스는 외인 교체를 고민하는 타 팀에서도 충분히 영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전력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구단의 움직임이 간결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역대급 순위 다툼 때문이다. 올해 내내 정규시즌 1위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펼치는 한화와 LG는 ‘단장의 시간’에서도 질 수 없다는 듯, 경쟁적으로 움직인다. 두 팀은 3일 기준 승차 없이 순위표 최상단에 딱 붙었다. 7부능선을 넘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가을야구 마지노선을 두고 무려 5팀이 얽힌 허리싸움까지 기름을 붓는다. 4위 SSG와 8위 삼성의 간격은 불과 3.5경기다. 그 사이를 KIA, KT, NC가 빽빽하게 자리를 채운 혼전 양상이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1위 싸움도 그렇고, 포스트시즌(PS) 진출 싸움도 그렇고 누구 하나 희망을 버릴 상황이 아니다. 말 그대로 뭐라도 해야 하는 승부처”라며 “현상유지를 택했다가 빠르게 움직인 팀에 밀렸을 때 생길 후폭풍도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대격변의 원인을 짚었다.

외인 시장의 경우, 매년 이맘때쯤 불어닥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로스터 정리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트레이드 마감기한을 기점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시장에 풀릴 수 있기 때문에 각 구단 외인 파트는 실시간으로 시장을 모니터링 한다. “외인 교체 때문에 선수 조회만 300명은 넘게 한 것 같다”는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의 과장 섞인 한마디에 그들의 고충이 담겼다.
끝이 아니다. 새 외인을 데려올 팀은 8월15일 전까지만 선수를 등록하면 PS에서 그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데드라인이 남았다는 뜻이다. 한여름에 불어닥친 ‘단장의 시간’, 그곳에 가을을 향한 열쇠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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