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천안제일고 김정빈 감독의 ‘좀비 멘탈리티(Zombie Mentality)’

사진=천안제일고 U18 제공

김정빈 감독(천안제일고 U18)과의 인연은 2023년 시작됐다. 심리지원을 하며 다양한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필자가 관찰한 김 감독은 이렇다. 잘생긴 외모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그리고 예민함과 민감함의 조화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축구에 진심이다. 팀 선수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는다. 김 감독이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지난 1월 갑자기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원인은 과로였다. 밤낮으로 축구에 대한 생각과 에너지를 소비한 끝에 결국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 감독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좀비 멘탈리티’가 떠오른다. 좀비 멘탈리티란 노력을 재능이라고 믿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정신 상태를 말한다. 좋은 성과를 얻을 때는 물론, 그렇지 못한 성과를 얻게 될 때도 동일하게 노력에 대해 귀인하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좀비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노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정신이다. 김 감독은 왜 이렇게 노력을 많이 할까? 이유가 있다. “저희가 2022시즌에 전국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했어요.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이후엔 좋지 않았어요. 전국대회 8강 문턱을 넘지 못했고, 우리의 축구가 별로라는 말을 들어야 했어요.” 김 감독은 당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선택한다. 김 감독이 선택한 변화는 특별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사진=멘탈 퍼포먼스 제공

 

김 감독이 말한 노력 안에는 스포츠과학이 있다. 2023년 겨울부터 심리교육을 분기별로 진행했다. 필자의 저서 ‘멘탈 퍼포먼스’를 단체로 구입해 그룹 미팅을 진행할 정도로 팀 위닝멘탈리티에 공을 들였다. 2024년에는 풀타임 의무 트레이너를 코칭스태프에 포함시켰고, 2025년엔 전술분석 코치를 영입했다. 이러한 환경은 팀 선수들의 부상 관리와 수준 높은 전술전략을 배우고 실천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여기에 김 감독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팀으로 변화했다. 팀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게 됐다. 김 감독은 매일 이렇게 인내하며 차근차근 노력을 쌓아갔다. 

 

사진=천안제일고 U18 제공

 

김 감독이 쌓은 노력은 꽃을 피우는데 중요한 씨앗이 됐다. 5월 말 통영에서 열린 제30회 무학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고학년과 저학년 동반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필자는 좋은 성과를 올렸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솔직히 동반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비결이 있을까. 김 감독은 2월에 진행된 전국대회와 충남 체전예선에서 겪은 실패가 우승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개의 대회를 통해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어요.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전술전략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대신 스피드, 파워, 체력 등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확인했어요.” 김 감독은 5월 전국대회를 앞두고 피지컬 강화에 집중하게 된다. 

 

김 감독은 팀의 피지컬 코치 역할을 자처했다. AFC 피트니스 레벨1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팀의 감독이 직접 지도하는 만큼 피지컬 훈련에 대한 집중도가 상당했다. 물론 일부 팀 선수들의 반발도 있었다. “피지컬 훈련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을 가질 때마다 이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설명해 주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있었어요.” 김 감독은 강압적으로 피지컬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진심 어린 메시지를 통해 팀 선수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김 감독은 5월 전국대회를 앞두고 4주간 주 1~2회 피지컬 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충남 권역 주말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지컬 훈련은 모험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8월 왕중왕전 출전권을 놓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천안제일고 U18 제공

 

김 감독의 피지컬 훈련은 옳은 선택이었다. 진가는 본선 토너먼트에서 보란 듯이 드러났다. 16강 SC북내 U18, 8강 보물섬남해 U18, 4강 부평고 U18, 결승 안산FC U18 경기 모두 후반 중반 이후에 버저비터 골이 나왔다. 심지어 결승전을 제외한 모든 토너먼트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했다.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재밌는 것은 저학년도 동일했다. 우승하는 과정에서 버저비터 골 1회, 승부차기는 고학년과 동일하게 3번 진행하여 모두 승리했다. 천안제일고 U18 선수들은 유독 후반 중반이 되면 몸이 더 가벼워졌다. 좀처럼 지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팀 위닝 멘탈리티가 작동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동화 같은 경기력은 팀을 더 단단하게 결집시켰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은 자연스럽게 강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피지컬 요인이 다양한 요인들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피지컬적으로 앞서다 보니 첫째, 팀 선수들의 전술수행 능력이 좋아졌어요. 약속된 팀 전술전략을 80분 동안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버저비터 골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둘째, 심리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었어요. 팀 선수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교정하는 과정이 눈에 띄게 증가했어요. 승부차기에서도 좋은 컨디션과 멘탈을 갖고 참여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부상 관리와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김 감독은 피지컬 요인을 연결 고리로 활용해 다양한 요인들을 하나로 묶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증명했다.  

 

사진=천안제일고 U18 제공

 

김 감독은 승부차기를 6번 진행해 모두 승리했다. 승리 비결은 무엇일까? 천안제일고 U18 선수들은 승부차기 이론을 잘 알고 있다. 볼이 무조건 빠르다는 것과 자신만의 수행 전 루틴을 갖고 있다. 이것만 가지곤 승리하기 어렵다. “2월 전국대회를 앞두곤 승부차기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번 전국대회를 앞두고는 승부차기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팀 골키퍼의 승부차기 실력이 우수해 키커들의 킥을 자주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키커들의 자신감을 잃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정식 시합에서 승부차기를 할 때에는 이런 말을 해줬어요. 볼을 세우고 나서 자신감이 가득 차면 그때 킥을 시도하라고 지도했어요.” 실제 천안제일고 U18 선수들은 승부차기를 할 때 볼을 놓고 킥을 시도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사진=천안제일고 U18 제공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김 감독은 올 4월에 부임한 초보 감독이다. 그전까지는 팀의 수석코치 신분으로 팀을 이끌었다. 초보 감독이 전국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낸 것. 혼자서는 힘들었다. 이번 우승은 김 감독 옆에 조종화라는 은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 천안제일고 U18 감독이자 현 천안제일고 축구 부장이다. “조 부장님이 저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독 수업을 3년 전부터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셨어요. 자신이 배웠던 축구는 현대 축구 흐름에 맞지 않다며, 젊고 최신 트렌드를 배운 제가 가르쳐야 한다고 믿음을 주셨어요.” 조 부장의 헌신은 한 명의 젊고 유능한 지도자를 키워 냈다. 이러한 헌신은 대한민국 축구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김 감독은 조 부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진짜 어른이고 마음이 크신 분입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가족의 희생이 있었기에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희는 맞벌이 부부예요. 아내가 승무원이라 많이 바쁘지만 저를 많이 생각해 주고 지지해 줘요. 또 장모님이 아이를 키워주시고 계시는데, 이러한 희생이 있었기에 제가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김 감독이 노력을 엄청나게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사진=천안제일고 U18 제공

 

김 감독은 ‘좀비 멘탈리티’를 통해 성과를 만들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지도자가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잘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은인과 가족들의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김 감독의 클라이맥스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 감독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 김정빈 감독은 3일 막을 내린 ‘2025 추계 전국 고등축구대회’에서 또 한 번 천안제일고 U18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했다. 

 

사진=김정빈 감독 본인 제공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이상우 대표는...

△멘탈 퍼포먼스 대표 △스포츠심리학 박사 △K리그 FC서울, FC안양 선수 △저서 ‘멘탈 퍼포먼스’ 베트남 진출(2025)  △KFA/ONSIDE ‘이상우 박사의 축구심리상담소2 연재(2025) △한국축구과학회 이사(2025)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대전하나시티즌 심리기술훈련 특강(2025) △K리그 신인선수 심리기술훈련 특강(2025) △인천광역시청 여자핸드볼선수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인천광역시 스포츠과학센터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인천유나이티드 U15 광성중, U18 대건고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서울 풋볼A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양평FC 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의정부광동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천안제일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부천모션FC U15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서울노원RFC U12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서울양강초등학교 심리기술훈련 특강(2025)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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