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의 녹슬지 않은 실력, 배소현이 증명했다.
배소현은 3일 강원도 원주시 오로라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적어내며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신설된 오로라월드 챔피언십의 초대 챔피언 영광으로 자신의 KLPGA 투어 통산 4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9월 KG레이디스오픈 이후 11개월 만의 트로피를 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1993년생의 배소현은 투어 대표 늦깍이 스타다. 데뷔 8년째였던 지난해 E1 채리티 오픈(5월) 우승으로 감격의 첫 승을 물들였다. 이어 더헤븐 마스터스(8월), KG레이디스 오픈 제패를 이어감으로써 시즌 공동 다승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유일한 30대 우승자 타이틀까지 가져가며 베테랑의 진가를 드높였다.

차근차근 보여준 순위 등반이 인상적이었다. 1언더파를 적은 1라운드를 공동 60위로 출발해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공동 11위로 힘껏 도약했다. 이어 3라운드에서도 7언더파로 맹렬한 기세를 유지하며 중간 선두 고지원에 1타 뒤진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1타 차만 이겨내면 되는 최종일. 전반부터 쾌조의 샷 감을 보여줬다. 2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더니, 7∼8번 홀 연속 버디로 고지원을 끌어내리고 1위로 도약했다.
마찬가지로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든 성유진과의 양보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여기서도 웃었다. 14∼15번 홀 2연속 버디로 앞섰다. 최종 18번 홀(파3)에서 고지원까지 합세해 배소현을 1타 차로 압박했으나, 끝내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우승 영광을 지켜냈다.

배소현은 “영국에서 디오픈을 직접 관람하고 지난주 수요일에서야 한국에 들어왔다. 일주일 정도 골프채를 놓은 게 처음이라 걱정이었다”며 “그래도 큰 대회를 보며 시야를 넓히는 경험을 해서 기대가 있었다. 예선 통과가 목표였는데 우승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직접 지켜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스코티 셰플러(미국) 등 슈퍼스타들의 모습도 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배소현은 “고향에서 플레이한다는 점 때문에 매킬로이가 플레이에 부담이 됐다는 인터뷰를 보고 ‘이렇게 대단한 선수도 압박과 부담을 갖는구나, 나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다. 또 셰플러가 연습 루틴과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켜야할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또다른 우승 비결로는 아이언 교체를 꼽았다. 그는 “타이틀리스트 아이언 신형이 나오자마자 받아봤다. 디오픈 가기 전에도 쳐보지 못하고 이번 코스에서 처음 쳐봤다. 마음에 들어서 바로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 치던 4번 아이언보다 탄도 높게 나오고 스핀이 잘 나와서 버디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 클럽 잘 바꾸고 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 트로피에는 그가 처음 거둔 72홀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이라는 의미도 담긴다. 앞서 거둔 3승은 모두 3라운드 대회에서 나왔다. 그는 “올해 목표 중 하나가 4라운드 대회 우승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이번 대회로 이뤄내 기쁘고 특별하다”고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장 가까운 일정인 메인 스폰서 대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1차 목표라 다음주는 휴식하기로 했다”며 “하반기에는 타이틀 방어도 하고 싶고,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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