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만큼 성숙해지겠죠.”
우완 투수 김윤하(키움)에겐 ‘1승’이 참 어렵다. 올 시즌 내내 승리의 여신과 만나지 못했다. 선발로 17경기에 나서 11패 평균자책점 5.68을 거뒀다. 지난 시즌까지 더하면 16연패 중이다. 2023년 장시환(한화·19연패), 2011년 심수창(은퇴·18연패)에 이어 1991년 김종석(은퇴·16연패)과 이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발 등판으로만 따지면 김윤하의 16연패가 최다 연패 기록이다. 승리라는 것 자체가 투수만의 영역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엇박자가 난다. 본인이 부진했던 적도 있지만, 잘 던지고도 빈손으로 돌아온 기억 또한 꽤 많다. 2일 고척 롯데전이 대표적이다. 5이닝 2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당시 김윤하의 투구 수는 72개에 불과했다. 이닝을 더 길게 끌고 갈 수도 있었지만 설종진 키움 감독대행은 과감하게 투수교체를 지시했다. 마음이 급해질 김윤하를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아쉽게도 원했던 결말은 나오지 않았다. 9회 초 마무리 주승우가 2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장충고 출신의 김윤하는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9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2년차. 경험이 많지 않은 김윤하가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을 터. 숙소로 돌아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사령탑도, 코칭스태프도, 동료들도 한 마음으로 응원 중이다. 수장이 경기 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설 대행은 “그 상황에서는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귀에 안 들어올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고 끄덕였다.
설 대행의 말처럼 지금은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과정이다. 잘 버텨낸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승패 여부를 떠나 최근 페이스 자체는 나쁘지 않다. 지난달 27일 창원 NC전도 마찬가지. 6이닝 7실점이었지만 자책점은 1점에 불과했다. 설 대행은 앞으로도 김윤하에게 선발 기회를 줄 예정이다. 최근 영입한 C.C. 메르세데스를 비롯해 라울 알칸타라, 하영민, 정현우와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방침이다. 김윤하가 반전의 밑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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