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고공 행진하는 집값에 지친 수요자들이 점점 서울을 떠나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 하남과 광명, 인천 등지로 이동하는 이른바 ‘탈서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아파트 거래 1만9332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비중은 13.2%(2558건)였다. 이는 전월보다 0.6%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하남시와 광명시에서는 전체 거래 중 30% 이상을 서울 거주자가 차지해 '준서울' 입지에 대한 쏠림 현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남시는 5월 기준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이 42.1%에 달했으며, 6월에도 35.8%를 기록하며 경기 내 1위를 지켰다. 광명 역시 34.9%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김포(24.2%), 의정부(20.9%), 고양(20.7%) 등이 이었다. 인천에서도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이 5월 6.6%에서 6월 7.4%로 증가했으며, 계양구(11%)와 서구·부평구(각 9.4%)에서 매입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 아파트값의 지속적인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은 아파트값이 각각 0.27%, 0.90% 하락한 반면, 서울은 3.36% 상승했다. 수도권 내 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가격 대비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주거 수요의 변화는 곧 인구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최근 1년 사이 4만 명 이상 감소하며 932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2022년 이후 약 40만 명이 서울을 떠난 셈이다. 반면, 경기도는 매년 3~4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1년간에는 무려 5만 명이 늘었다. 인천 역시 2022년 인구 295만 명에서 올해 304만 명으로 증가해, 300만 명 시대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 아파트값의 고공행진과 무관치 않다”며 “가격 대비 실거주 만족도가 뛰어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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